[미디어펜=김준희 기자]정부가 민간 공급 활성화를 위해 각종 규제 완화 및 자금조달 지원 등 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건설업계는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전반적인 경제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의 공급확대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알맹이가 빠져 있다는 평가다.
정부가 26일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건설업계는 공급 위축을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는 반응이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정부는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 후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대책에는 민간 공급 활성화를 위해 공공택지 전매제한 완화, 조기 인허가 인센티브, 분양사업 임대전환 공급 촉진, 공사비 증액 기준 마련, 인허가 절차 개선 등 규제 완화 및 건설사들의 원활한 자금조달을 위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보증 확대 등 내용이 담겼다.
PF 대출 보증 확대의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주택금융공사 등 공적 보증기관 보증 규모를 총 15조 원에서 25조 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또 건설사가 비(非)아파트 건설 시 건설자금을 기금에서 1년간 한시 지원하고 공사비 분쟁을 막기 위해 계약 체결 시 전문기관 컨설팅 지원 등 재개발·재건축 사업절차도 개선하기로 했다.
정부의 이번 대책을 두고 건설업계는 '글쎄'라는 반응이다. 최근 주택 인허가 실적이 크게 줄어드는 등 주택공급이 위축된 상황에서 이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실제 이날 국토부가 발표한 '8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1~8월 전국 주택 인허가 물량은 21만2757가구로 전년 동기(34만7458가구) 대비 38.8% 감소했다. 착공 물량 또한 11만3892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4% 줄었다.
A건설사 관계자는 "인허가 이후 착공이 미뤄지고 있는 현장의 물량이 업계 전반적으로 상당히 많은데 이에 대한 해소 방법이 미진한 것 같다"며 "PF 관련돼서도 확실하게 도움이 될 만한 대책이 나왔으면 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B건설사 관계자는 "공급확대를 비롯해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 방향 정도는 가늠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다만 발표 내용에 특별한 혁신적인 내용은 없었던 것 같다"고 바라봤다.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려는 정부 의중이 반영된 것 같다는 해석도 나왔다. C건설사 관계자는 "'공급확대'라는 가이드라인만 제시하고 이를 위한 장치들을 마련해놓을 테니 건설사들이 동참하고 따라와달라는 메시지인 것 같다"며 "시장에 과하게 개입하기보다는 관리 수준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더 나아가 경기가 워낙 침체해 있고 고금리 및 원자잿값 상승 등 전반적인 제반 여건의 어려움으로 인해 사업성이 확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 같은 대책 내용으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반응도 나왔다.
D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시행하는 쪽에 풀어줘야 하는 것들이 많다"며 "시행사들이 사업성을 담보하고 대출을 통해 사업을 확장시켜야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는데 지금과 같은 고금리 상황에서는 이 정도 내용의 대책으로는 확실하게 개선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민간사업 공사 과정에서 증가한 공사비를 반영할 수 있도록 공사비 증액 기준을 마련하는 내용에 대해서도 정부 개입 수준이 관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E건설사 관계자는 "공사비 관련 갈등이 벌어졌을 때 민간 대 민간 계약에서 정부가 개입하는 강도가 어느 정도가 될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평했다.
[미디어펜=김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