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정부가 최근 전기차 판매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보조금을 책정해 판매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지원으로 판매 증대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안전 사고, 충전 인프라 등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고질적인 문제 해결책 담은 중장기적인 전기차 보급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주춤하자 내수 활성화를 위한 전기승용차 구매 보조금 지원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최대 680만 원에서 780만 원으로 100만 원 늘리는 방안이다. 보조금 확대 방안은 차 기본가격이 5700만 원 미만인 전기승용차를 대상으로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진행된다.
이번 지원은 제조사가 자동차 가격을 할인한 만큼 보조금을 100만 원까지 더 주는 방식이다. 차 가격을 500만 원 할인하면 보조금은 100만 원이 추가로 지원된다. 정부가 그간 전기차 보조금을 줄여오던 과정에서 이례적으로 증액을 결정한 것은 전기차 판매 부진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1~8월 전기차 누적 판매량은 6만765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7만1744대) 대비 5.7%(4090대) 줄었다.
환경부는 법인과 개인사업자 구매 지원 대수도 확대했다. 기존 2년 내 1대로 제한했던 개인사업자와 지자체로부터 보조금을 받고 2년이 지나지 않은 법인도 한 번에 여러 대의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했다. 환경부는 전기차 보급촉진 특별대책반을 만들어 보조금 증액 효과를 분석하고 향후 정책에도 반영할 계획이다.
완성차 업체도 정부 정책에 발맞춰 전기차 할인에 들어갔다. 현대차·기아는 'EV세일페스타'를 운영해 연말까지 할인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5 400만 원 △아이오닉 6 400만 원 △코나EV 200만 원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아이오닉 5를 구매하는 경우 400만 원의 구매 혜택(제조사 할인 320만 원 및 전기차 충전 크레딧 80만 원)에 더해 정부 추가 보조금 80만 원을 추가로 공제받아 총 480만 원의 할인 혜택이 적용된다.
기아 EV6는 제조사 할인 320만 원과 추가 정부 보조금 64만 원을 더해 총 384만 원의 할인 혜택이 적용된다. 니로 EV와 니로 플러스는 제조사 할인 120만 원에 추가 정부 보조금 24만 원을 더해 총 144만 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 월별 재고 할인까지 더할 경우 △EV6 최대 484만 원 △니로 EV 344만 원 △니로 플러스 444만 원까지 할인 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다.
환경부는 이번 지원으로 최소 1만2000~1만8000대의 전기차가 더 판매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도 침체된 전기차 시장의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환경부의 예상치만큼 판매량이 증대되더라도 올해 보급 목표 달성을 어려울 전망이다. 올해 전기차 보급 목표는 26만8000대인데 현재 실적은 10만3000대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추가보조금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전기차 판매 증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도 전기차의 고질적인 화재 문제, 충전 인프라 문제 등의 해결책이 담긴 중장기적인 전기차 보급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번 정부의 보조금 정책은 전기차 구매를 고민하고 있던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희소식이다. 할인 혜택의 폭이 큰 만큼 판매 증대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김 교수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전기차 판매가 주춤하고 있다며 전기차 판매 전략을 다시 고민할 시기가 왔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중장기적으로는 전기차나 수소차로의 전환이 필연적이다. 시간의 문제이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자동차세 개정, 전기 충전비 보조금, 안전성 문제 등 전기차 정책에 대한 전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