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신격호에 '수개월' 사죄한 신동주
누나 신영자·6촌형 신동인에도 구원 요청
▲ (왼쪽부터)신격호 총괄회장·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 |
31일 재계에 따르면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해 말 아버지에게 보고를 하지 않고 사업을 벌였다는 이유로 해임됐다.
당시 신 전 부회장은 수개월 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를 찾아 아버지에게 사죄하고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부회장은 동생인 신동빈 회장이 아버지에게 입김을 불어넣은 것으로 판단해 주변 친족들을 모아 답답한 마음을 호소했다.
이들은 신 총괄회장을 데리고 일본행을 떠난 장녀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6촌인 신동인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대행 등이다.
또 신 전 부회장의 아내인 조은주씨도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 전 부회장의 애틋한 마음이 전해졌는지 일부 가족들을 그의 편을 들어줬고 지금의 '신동빈 대(對) 오너 일가족'의 구도가 형성 된 것이다.
'반 신동빈파'는 신 총괄회장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장남을 해임시킨 이유와 같은 사안을 들었다. 신 회장 역시 중국 사업에서 1조원의 적자를 내 데다 투자 관련 보고도 하지 않았다는 것.
신 총괄회장이 이에 격노해 신 회장을 불러 질책했지만 제대로 해명하지 않아 화가 더 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측은 "총괄회장께 수시로 보고를 드렸고 회장 지시 없이 이뤄진 부분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이원준 롯데백화점 사장 역시 신 회장과 함께 신 총괄회장을 찾아갔다고 증언했다.
약 6개월간 공을 들인 '반 신동빈파'는 드디어 지난 27일 일본롯데홀딩스를 찾았고 '롯데판 왕자의난'이 펼쳐졌다. 28일 신 총괄회장을 이사직에서 해임하며 이번 사건은 신 회장의 승리로 끝나는 듯 했다.
그러나 신 전 부회장은 30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신 총괄회장이 자필서명한 신 회장(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해임지시서를 전격 공개했다. 자신을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임명하는 내용의 '신 총괄회장 서명' 지시서도 같이 내놓았다.
롯데그룹 측은 방송 직후 롯데홀딩스 임원 인사의 경우 이사회 의결 등 상법상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 지시서가 무효라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이 때문에 경영권 싸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반 신동빈 체제로 뭉친 것은 모르겠으나 지금까지의 양상을 보면 신동주 전 부회장과 갈등이 있던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한편 신 총괄회장 부친의 기일인 오늘 제사를 전후한 가족모임에서 신 회장을 성토하는 자리가 될지, 경영권 싸움의 문제가 봉합되는 자리가 될지 주목된다. 신선호 사장은 부친 제사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오후 3시께 김포공항으로 입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