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주요 시중은행의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 잔액이 지난달 10조원을 넘어섰다. 최근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하반기 은행권이 유치했던 고금리 예금 만기가 돌아오면서 향후 수신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 연 5%에 달했던 고금리 예금상품 출시는 어려울 전망이다.
주요 시중은행의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 잔액이 지난달 10조원을 넘어섰다. 최근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사진=김상문 기자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 잔액은 608조134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597조9651억원) 대비 10조1698억원 급증한 규모다. 이들 은행의 요구불예금은 7월(-23조4239억원), 8월(-2조4841억원) 두 달 연속 감소하다가 3개월 만에 증가 전환했다. 요구불예금은 입출금이 자유로워 대기성 자금의 성격이 강하다.
미국발 고금리 충격으로 증시와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요구불예금 계좌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로 은행채를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은행이 경쟁적으로 수신금리를 높여 자금을 유치했던 예금상품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예금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시장의 기대감이 더해진 영향도 있다.
두 달 전만 해도 연 3.50%의 기준금리 수준에 머물렀던 5대 시중은행의 12개월 만기 주요 정기예금 금리는 이날 기준 연 4%대를 넘어섰다. 이들 은행의 주요 정기예금 최고금리는 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과 하나은행 '하나의 정기예금'의 각각 연 4.00%를,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과 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이 연 4.03%, 우리은행의 'WON플러스예금'이 연 4.05% 등이다.
다만 금융소비자들의 기대에도 지난해 말 연 5%에 달하는 고금리 예금상품은 나오기 힘들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과도한 수신 경쟁을 막기 위해 은행채 발행 한도를 폐지하면서 은행도 고금리 상품을 통한 자금유치보다 은행채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은행의 예금금리가 올라가면 조달비용 증가에 따른 대출금리가 오르기 때문에 금융당국은 은행의 수신금리 경쟁을 경계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임원회의에서 최근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과 관련해 시장 불안요인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요구하며 금융사의 고금리 자금조달 경쟁에 대한 감독을 주문했다. 이 원장은 "그동안 사전적 유동성 확보 및 만기분산 유도 등을 통해 유동성 위험이 상당히 개선된 상태이나 심각한 위기 상황을 가정한 스트레스테스트를 통해 자금수급계획을 재점검하고 자산경쟁 차원의 고금리 자금조달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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