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성동규 기자]나는 건설부동산부 기자다. 그렇기에 건설사들의 복잡한 경영활동을 이해하려 애를 쓴다. 하지만 매번 머리로는 이해해도 감정적으로는 걸리는 것이 있다. 중대재해와 관련한 부분이다.
건설사들은 중대재해로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받을 때마다 이에 불복, 소송으로 대응하는 경향을 보인다. 모두 입을 맞춘 듯하다.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 봤을 때 최선의 결정이었다. 이윤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소송을 진행한다"고 말한다.
어떻게 저리도 떳떳할 수 있을까. 행동경제학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미국 듀크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인 댄 애리얼리(Dan Ariely)는 퍼지 요소(Fudge factor)라는 용어로 이를 분석한다. 퍼지(Fudge)는 '얼버무린다'라는 뜻의 단어다.
풀이하자면 애리얼리는 자신의 범죄를 얼마나 합리화할 수 있는지에 따라 범죄를 저지를지 저지르지 않을지 좌우된다고 본 것이다. 그의 실험사례를 보면 이해가 쉽다. 애리얼리는 MIT대학교 기숙사 냉장고에 1달러짜리 콜라 6개와 1달러짜리 지폐 6장을 두었다.
학생들이 무엇을 더 많이 훔치는지를 관찰하기 위해서였다. 콜라를 훔치건 1달러짜리 지폐를 훔치건 완전히 같은 이익을 얻는 절도 범죄다. 경제적인 관점만 놓고 보면 오히려 1달러를 훔치는 게 더 이득이다.
콜라 대신 자신이 필요한 물건을 선택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72시간이 지나도 1달러 지폐는 거의 사라지지 않았다. 반대로 콜라는 모두 없어졌다. 학생들은 '콜라 한 캔 쯤이야'라는 그럴싸한 핑계로 죄의식을 덜어낸 것이다.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구역 철거 건물 붕괴사고 현장에 한 시민이 두고 간 추모 화환이 놓여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람이 정당하지 않은 행위를 하는 원인은 합리적인 비용편익 분석에 의한 것이라는 방증이다. 건설사들의 "어쩔 수 없었다"는 해명 역시 사실상 거짓인 셈이다. "그래도 되니까"라는 인식이 말로 진짜 이유였다.
건설사 즉 '법인'(法人)과 '자연인'(自然人)은 다른 것 아니냐고? 천만의 말씀이다. 우리가 법인을 설립하는 목적은 결국 사람이 더 풍요롭게 살기 위해서다. 법인의 경영 활동을 통한 모든 행위 모두는 결국 사람의 삶과 존재를 위한 수단적 가치를 지닌다.
법인과 자연인의 행동원리는 다르지 않다. 경영 활동의 기준선이 사회적인 규범에 미치지 못할 때 그 책임은 법인에 향할 수밖에 없다.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지칭하는 'ESG 경영'이 최근 중요한 화두로 부상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는 사람은 결단코 없다. 그러나 거의 모든 사람은 잘못을 인정하고 그에 뒤따르는 책임을 진다. 법인이 지닌 윤리와 도덕성은 과연 무엇일까. 이제는 이 질문에 답해야 할 때이다.
[미디어펜=성동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