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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1080일의 '서해일기'…"누가 내 동생 이대진을 죽였나"

2023-10-10 16:23 | 문상진 기자 | mediapen@mediapen.com
[미디어펜=문상진 기자]국가의 부름으로 바다를 삶의 터전 삼아 살아온 동생이 죽었다. 자연의 시샘이 아니라 인간들의 욕망과 권력이 그의 죽음을 외면하고 희생양 삼았다. 꼬리 무는 의혹에 진실을 찾기 위한 형의 항해는 시작됐고 그 아픈 얘기들을 자전적 이야기로 담아냈다. 진실의 벽은 높고 현실은 이해할 수 없는 모순된 세상에 던지는 처절한 외침이다. 과연 누가 내 동생을 죽였는가? 그리고 그 죽음을 이용하는가?

형은 실종된 동생의 소식을 전해 들은 직후부터 선연찮은 그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에세이로 기록했다. 제목은 '서해일기', 부제는 '누가 서해 공무원을 죽였나'이다. 동생의 실종 이후 '자연인에서 투사로 변신한 이래진의 1080일 기록 에세이'는 그간의 의혹에 대한 진솔한 고백이다.

이래진씨의 동생 이대진씨는 2020년 9월 서해바다에서 실종됐다. 공무 중 실종된 이 씨는 이후 북한군의 총탄에 숨졌고 시신은 불태워졌다. 세상을 떠들썩 하게 했고 아직 미완의 사건으로 남았다. 2020년 9월22일 알려진 ‘북한군에 의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이다. 월북이냐 실족이냐를 놓고 벌이는 진실공방은 현재진행형이다. 문재인 정부가 남긴 숙제이자 풀리지 않는 정치적, 권력형 의혹이다.

"형님, 접니다.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대준이가 실종된 것 같습니다.”. 3년 전인 2020년 9월 21일 저자는 서해어업관리단 직원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동생이 바다에서 실종됐다는 소식이다. 이 소식 이후로 평범했던 그의 인생이 투쟁적 삶으로 변했다.

그의 의심은 실종 이후 걸려 온 몇 통의 전화에서 시작됐다. 책 속의 내용을 보자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런데 한 5분 있다가 또 전화가 걸려왔다. 이번에는 인천 해경 수사과 전○○ 수사관이라 했다. “이대준 씨가 평소에 북한을 동경했나요? 혹시 북한 서적을 본 적은 없나요?”(p30). 다른 사람들은 자는 시간 혼자 선미에 나왔는데 하필이면 거기가 CC-TV 사각지대였던 것이다. 대준이의 행방은 알 수도 없는 상태에서 이상하고 의아한 일들만 계속 생겼다.(p32)

“실종 보고가 들어왔으면 바로 국제상선통신망을 통해서 구조 매뉴얼대로 대응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대응 매뉴얼이 없어 아무런 조치를 못했습니다.” 장관은 어처구니없게 대답했다. 해군에, 해경에 해상 구조 매뉴얼이 없다니 이 무슨 엉터리 같은 소리인가. 해군은 기초 군사 훈련 때 인명 구조에 대한 교육도 받는다. 나도 해군 출신이라 그 정도는 알고 있다.…그러나 국방부 관계자들은 주로 “모른다, 없었다.”로 일관했다.(p139~140)

"해경에서 나오는 길, 굳이 안 나와도 되는데 수사팀장이 배웅한답시고 주차장까지 따라 나왔다. 이런저런 얘기 도중에 그는 느닷없이 “어린 조카들을 생각해서 나대지 말고 조용히 있으라.”라는 협박성 발언을 내 면전에 대고 했다.(p160~161)"

저자는 뱃사람 출신이다. 원양어선에 5년 승선하여 특례로 해군을 전역했다. 이후 원양선사에서 5년을 선원담당으로 재직했다. 태평양, 인도양 등의 거친 바다를 따라 10년의 세월을 보냈다. 학교를 다닐 때부터 선박 및 해양 사고에 대한 법리적인 공부를 했고, 주로 바다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해양 사고를 많이 경험했다. 태평양에서 조업할 때 선박 전복 사고가 발생해 선원이 실종되었는데, 당시 구조 작업에도 참여하고 관련된 수사를 받아본 적도 있다.

저자는 긴 바다 생활을 뒤로 하고 새로운 인생에 도전했다. 보트 개발에 30년을 쏟았다. 작지만 기술력을 갖춘 기업을 경영하면서 더 높을 곳을 향해 도전했다. 유니콘 기업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신기술 개발에 매달려 힘든 줄도 모르고 달렸다. 그러나 그에게 닥쳐온 동생의 실종은 저자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게 된다.

그가 주장하는 내용의 대강은 이렇다. 동생 이대준은 1등 항해사에 원양어선 선장까지 지낸 베테랑 뱃사람이다. 저자와 마찬가지로 넓은 바다의 세계에서 청춘을 보냈다. 또 서해어업관리단에 근무한 것만도 8년이다. 바다에서 갑작스레 닥쳐온 위협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반복된 교육과 훈련을 통해 체득하고 있다. 

크고 작은 사고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다.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으로,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에 승선해 항해사로 근무하면서 외국어선 불법어업 단속, 우리 어선의 안전조업 지도 등의 업무를 수행했던 국가공무원이다.

그런 동생이 2020년 9월 21일 새벽 1~2시경 소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실종됐다. 실종된 지 30시간이 지난 9월 22일 오후 3시 30분 우리 군은 감청을 통해 동생이 북한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살아 있는 상태로 북한군에 발견됐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군의 첩보는 청와대 국가안보실 등 안보라인에 전달됐다. 그로부터 3시간 후인 오후 6시 36분에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첩보 내용이 보고됐다. 

그리고 오후 9시 40분 우리 정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군은 동생을 사살하고 소각했다. 동생을 구할 골든타임이 6시간이나 있었다. '사람이 먼저다'를 외치던 문재인 대통령은 보고를 받고도 3시간 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동생의 피살 3시간 후인 9월 23일 새벽 1시 26분에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총회 화상 연설을 통해 북한에 종전선언을 제안했다.

​동생 피살 직후 안보라인과 정보기관은 발빠르게 움직였다. 청와대 국가안보실, 국방부, 국정원, 해경은 동생이 '자진 월북'을 시도하다가 표류했고, 북측의 총격을 받고 사망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국방부과 해경은 구명동의, 슬리퍼, 부유물, 개인 신상 등을 근거로 월북으로 몰아부쳤다. 그렇게 월북의 시나리오는 시작됐다.

동생의 처참한 죽음으로 인한 충격을 수습하기도 전에 조카는 월북자 자식으로, 제수씨는 월북자 아내로 몰렸다. 국가기관에 의해 가족은 위협과 사지로 몰렸다. 언론은 국방부와 해경의 발표가 사실인 듯이 반복하여 월북 프레임을 굳혔고, 동생의 사생활까지 월북의 소재로 삼았다. 하루아침에 월북자 가족으로 몰린 유족들은 절규했다.

이때부터 저자는 평범한 자연인에서 투사로 변하기 시작했다. 국가기관의 월북몰이와 은폐·조작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진상 규명 활동에 나섰다. 

실종 당시 기상 상태, 조류의 방향, 물살의 세기, 파도의 유무 등 주변 해역에 대한 점검을 시작으로 남북 간의 통신 여부, 구명동의 및 슬리퍼 등 월북 근거로 제시한 것들의 타당성, 허위 공문서 작성 확인, 국과서 유전자 조사, 정보공개청구 행정소송과 형사소송, 윤석열 후보와의 만남, 웜비어 가족과의 만남이 진행됐다. 

결국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한 정보공개청구 진정이 받아들여지고,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김홍희 전 해경청장이 직권남용, 허위 공문서 작성 등으로 구속됐다. 이들은 물론이고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불구속 상태에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국가기관의 공격과 은폐·조작 등에 맞서 그것을 어떻게 이겨냈는지의 과정과 아픔, 투쟁을 고스란히 담은 1080일의 기록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북한의 잔혹한 만행은 물론이고 문재인 안보라인의 사초 폐기와 은폐·조작을 징벌하여 자유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겠다고 말한다.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책무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끔 한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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