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미미 기자] 조정된 원유가격이 적용되면서 우유가 들어가는 가공품 가격도 덩달아 오르는, 이른바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 현상이 현실화되고 있다.
11일 유업계에 따르면 매일유업은 생크림 제품 출고가를 5~9% 인상한다. 대형마트, 할인점 등에는 지난 6일부터 가격 조정에 들어갔고, 주요 커피프랜차이즈 등 기업 간 거래(B2B)에도 올린 가격을 적용할 예정이다.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매일유업 생크림 200㎖ 제품은 2980원에서 3150원으로 약 5.7% 인상됐다.
서울우유협동조합, 남양유업 등 다른 유업체도 생크림 제품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생크림 값이 오르면 제과·제빵업체 재료비 부담이 커진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흰 우유 보다 가격인상을 체감하는 품목이기도 하다. 음료에 올라가는 휘핑크림은 물론 각종 디저트, 로제떡볶이에도 생크림이 들어간다. 다양한 품목에서 연쇄적인 가격인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편의점 CU에서 소비자가 흰 우유를 구매하고 있다./사진=BGF리테일 제공
이미 일부 아이스크림 가격도 올랐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빙그레는 지난 6일부터 대형마트 등의 소매점에서 홈류(떠먹는 아이스크림), 미니류, 끌레도르류 등 3가지 품목을 출고가 기준 300~500원 인상했다.
대표 제품인 투게더는 기존보다 500원(8.3%) 오른 6500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끌레도르 바는 300원이 올랐다. 투게더의 경우 전체 성분의 절반 이상을 국산 원유가 차지한다. 국산 원유를 사용한 유크림도 원재료로 사용한다.
장보기 부담이 커진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가격대를 내세운 유통채널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편의점 씨유(CU)에서는 이달 서울우유를 시작으로 우유 값이 일제히 오른 후, PB상품 매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 제조사 브랜드(NB) 우유들이 일제히 가격을 인상한 이후 CU의 PB우유 이달 초(10월 1일~9일) 매출은 전월 대비 무려 48.8% 상승했다. 같은 기간 NB우유 매출이 1.9%, 우유 전체 매출이 5.0% 한 자릿수 매출신장률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PB우유로 구매 쏠림 현상이 뚜렷이 나타났다고 CU는 분석했다.
CU의 흰우유 카테고리에서 현재 판매 중인 PB는 헤이루(HEYROO) 흰우유 1ℓ, HEYROO 우유득템 1.8ℓ 두 품목이다. 이들 제품은 지난달만 해도 전체 흰우유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6% 수준이었으나, 이달 들어 매출 호조로 8.2%까지 치솟았다.
판매가를 보면 A업체의 NB 흰우유 1ℓ의 가격은 현재 3200원, 같은 용량의 CU PB제품 HEYROO는 2500원으로 약 22% 저렴하다.
유진영 BGF리테일 음용식품팀 MD는 “NB 우유 가격이 전방위적으로 상승함에 따라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 부담이 더욱 커지며 가격 변동이 없는 PB우유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실제, 맛과 품질 면에서도 PB우유가 NB 상품과 동일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이러한 선호도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낙농가와 유업계 관계자로 구성된 낙농진흥회는 지난 7월 원유 기본가격 조정 협상 소위원회 11차 회의를 열고, ‘음용유용 원유’ 가격은 ℓ당 88원, ‘가공유용 원유’ 가격은 ℓ당 87원 올리기로 했다. 이번 인상 폭은 2013년 원유가격연동제 도입 이후 두 번째로 큰 규모다.
1ℓ 흰 우윳값은 지난해 가격 인상으로 2800원대로 올랐고, 올해는 결국 편의점 기준 3000원을 넘겼다.
[미디어펜=이미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