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12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압승에 자축보다 자중을 택했다. 민주당의 역량보다 여당의 자충수가 승리에 미친 영향이 더 크다는 평가 때문이다. 특히 보선 승리에도 계파갈등의 불씨가 소멸되지 않고 있어 총선 승리를 위해 ‘통합’이 숙제로 남게 됐다.
민주당은 12일 전날 보궐선거에서 17%가 넘는 압승을 거뒀음에도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보궐선거 승리에 취해 혁신의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내부 우려를 반영해 자만보다 겸손을 택한 것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이번 선거 결과는 민주당에 대한 신뢰라기보다 좀 제대로 하라는 기회를 주신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국민이 주신 기회, 겸허하게 받들겠다”라고 몸을 낮췄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1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압승을 거뒀음에도 자중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오는 총선까지 승기를 이어가기 위해 내부 통합이라는 숙제가 시급하기 때문이다.(자료사진)/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권칠승 수석대변인이 전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는 민주당의 승리가 아닌 국민의 승리이며, 민생파탄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며 “민주당은 이번 선거를 계기로 더욱 겸손하고 치열한 자세로 민생을 챙기고 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밝힌 것의 연장선이다.
민주당이 압도적인 승리에도 자중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보궐선거 결과에 민주당의 역량보다 여당의 자책이 더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장기간 단식과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 후 계파갈등에 직면했다. 구속영장 기각으로 지도부의 리더십 위기는 넘겼지만, 가결파 축출에 대한 요구가 속출하며 내홍의 색채가 짙어졌다.
이번 보궐선거 승패에 따라 민주당의 내홍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특히 보궐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이재명 지도부를 향해 퇴진론과 책임론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됐다.
일촉즉발의 상황임에도 민주당은 보궐선거에서 특출한 색깔을 보여주진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여야의 공약이 엇비슷함은 물론 후보의 경쟁력을 앞세우기보다 ‘정권 심판론’으로 승리를 쟁취했기 때문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여당의 실책에 편승한 야당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보궐선거의 귀책사유자인 김태우 전 구청장이 공천을 받은 것에 여당 내에서도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선거라는 평가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더불어 정부여당은 보궐선거를 목전에 두고 야당으로부터 부적격자로 낙인찍힌 장관과 대법원장 임명을 강행하며 역풍을 자초하기도 했다. 이들은 독선적인 인사로 대법원장 공백 사태를 만들어 ‘정권의 폭주’라는 프레임에 스스로 갇히기도 했다. 또 여성가족부 장관 인사청문회 중 후보자가 이석하는 일명 ‘김행랑’ 사태는 정권 심판론이 부상할 수밖에 없도록 화룡점정을 찍은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보궐선거 승리 직후 SNS를 통해 “(보궐선거 결과는) 민주당의 승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의 각성과 민생 회복을 명하는 국민의 매서운 회초리다”면서 겸허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우리 안의 작은 차이를 넘어 단합하고, 갈등과 분열을 넘어 국민의 저력을 하나로 모아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와 국민의 더 나은 미래를 개척해 가겠다”면서 무엇보다 ‘화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당무 복귀 시계가 빨라진 이 대표가 비명계 달래기를 최우선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오는 총선 승리의 핵심이 이재명 지도부의 고질병으로 취급되는 계파갈등 관리라는 것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따라서 이재명 지도부는 보궐선거 승리로 당 장악력을 확보한 만큼 내홍 극복이라는 숙제 해결에 당력을 집중할 것으로 분석된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