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1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 국정감사에서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의 출석 문제를 두고 시작부터 갑론을박을 펼쳤다.
야당은 국정감사에 중앙선관위원장을 출석시키는 것은 국회 관례를 무너트린 ‘선관위 길들이기’ 시도라고 지적한 반면, 여당은 선관위의 인사채용비리 문제 등을 언급하며 원칙에 따라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고 맞섰다.
민주당 소속 강병원 행정안전위원회 야당 간사는 이날 의사진행 발언에서 “87년 현행 헌법 이후 국회는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존중해왔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선거 관리가 힘들게 성취한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기본 조건이기 때문”이라며 “이 자리가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 어떻게 남을지 상당히 우려스럽다”면서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이 국정감사에 출석한 것이 과도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그러면서 그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할 때 선관위원장은 인사말을 마친 후 퇴장하고 대신 사무총장을 출석시키는 방식으로 발전시켜왔다”면서 “비상임이자 대법관인 선관위원장보다 선관위 사무를 총괄하는 상근 책임자인 사무총장이 국회 질의에 더 잘 응답할 수 있다는 현실적 고려의 산물”이라며 노 중앙선관위원장의 국감 출석은 국회의 관례와 효율성이 어긋난 일이라고 말했다.
또 “오늘 중앙선관위원장의 국회 출석과 질의응답으로 30년이 넘게 이어져온 헌법기관에 대한 존중과 관행이 한순간에 무너져버렸다”라며 “중앙선관위원장을 국회에 출석시켜 망신을 시키는 것은 노골적 선관위 흔들기를 넘어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려는 퇴행적 시도”라고 유감을 표했다.
정부여당이 최근 선관위의 채용비리와 해킹 의혹 등을 빌미로 선관위를 길들여 선관위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것이다.
이에 국민의힘 소속 이만희 행정안전위원회 여당 간사는 “무슨 말로 감정을 표현해야 될지 모를 만큼 기가 막힌다”면서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선거의 신뢰성이라는 것은 국가 공동체의 존속과 국민의 신뢰가 걸린 주권의 생명줄”이라며 “선거에 대한 신뢰성이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는 사회적 혼란과 국가적 불이익에 대해 어떻게 감당 하겠나”라면서 노 중앙선관위원장의 출석은 마땅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는 “선관위가 헌법기관으로 존중받고 연장선상에서 선관위원장의 불출석을 그동안 관행적으로 해왔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지금 선관위 모습을 바라본다면 과연 우리가 그 관행을 존중하는 것이 맞겠는가”라면서 “형편 없이 무너진 체제에 대해 기관장에게 답변을 듣고 거기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대안을 물어보는 것이 당연히 해야 될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선관위가 인사채용비리 문제와 해킹에 무방비로 노출돼 국민적 불신을 키운 만큼 중앙선관위원장이 국감에 참석할 명분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같은 당 권성동 의원도 “우리 국회법에 헌법기관장에 대해서 대리하여 출석을 허용을 하는 것은 원칙이 아니고 예외”라면서 “다만 헌법기관장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대리인인 사무총장을 대신 출석시켰던 것”이라며 “헌법기관장이 상임위나 국정감사에 출석하는 것 자체가 국회법 위반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노태악 선관위원장은 이날 국정감사에 출석해 “선관위가 최근 미흡한 정보 보안 관리와 고위직 자녀들의 특혜 채용 의혹 등으로 국민께 큰 실망을 드렸다”면서 “선관위원장으로서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거듭 드린다”고 최근 불거진 논란에 고개를 숙였다.
더불어 그는 "무엇보다 그동안 제대로 된 감사를 받지 않았다는 지적을 뼈아프게 받아들인다"며 "이러한 사례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감사관을 개방형 직위로 공모해 전문 인사를 임용하고 다수의 외부 전문가로 구성되는 감사위원회를 설치 운영하겠다"면서 재발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