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17.15%포인트차 패. 국민의힘이 '총선 전초전'이라 불리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낙제점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았다. 김기현 지도부는 당을 쇄신하겠다며 패배 수습에 나섰지만 당 내부에서는 '지도부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게 쇄신의 시작'이라는 쓴소리가 터져 나온다. 아울러 내년 총선 '수도권 위기론'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더불어민주당에(민주당) 패한 김기현 지도부는 거취 표명 대신 "분골쇄신하겠다"라며 당 혁신을 들고 나왔다. 김 대표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보궐선거) 결과를 존중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여 성찰하면서 더욱 분골쇄신하겠다"라고 밝혔다.
우선 인적 쇄신, 당정의 변화 노력 등 다양한 방안이 거론되지만 아직까지 뾰족한 해결책은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김 대표는 13일 예정됐던 긴급 최고위원회의 일정을 취소하고 윤재옥 원내대표와 선출·지명직 최고위원들, 박대출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 인사들과 개별 면담을 가졌다.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김기현 당 대표 주재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2023. 10. 12./사진=국민의힘
면담을 마친 김 대표는 "이번 보선 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가지 민심 변화에 대해 우리 당 체질을 어떻게 개선해서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정당을 만들 것이냐 그게 핵심 과제"라며 "그래서 여러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라고 답했다.
'언제쯤 쇄신안 윤곽을 알 수 있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내용을 정리해가면서 차후에 말씀드리겠다"라고 말을 아꼈다. 당 지도부 관계자들도 "선거 결과를 통해 드러난 민심을 받아들인다"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당 안팎에서는 선거 결과에 대해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며 '김기현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얼굴전체를 바꾸는 성형수술을 해야지 분 바르고 화장한다고 그 얼굴이 달라지나"라며 "아직 시간이 있는데 근본적인 당정 쇄신 없이 총선 돌파가 되겠나"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각종 참사에도 정치적으로 책임지는 사람 없고 당력을 총동원한 총선 바로미터 선거에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면 내년 총선은 암담하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13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선거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긴 져야한다"라며 "그냥 지나가면 안된다. 지금 의견을 구하고 있는 과정이니까 조만간 뭔가 이야기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이날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선거판을 그렇게 키워놓고 두자릿수로 크게 패했는데, 아무도 책임지겠다고 하는 사람이 없다"라며 "그래놓고 무슨 쇄신을 하겠다는 거냐. 책임지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비판했다.
당 한편에서는 그동안 제기돼 왔던 '수도권 위기론'도 다시 급부상하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동안 말로만 위기다 위기다 했는데, 두 자리 수 패배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위기는 현실로 나타났다"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지금 보면 지도부가 바뀔 의지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 없이 뭘 혁신 하겠다는 건지 무슨 쇄신을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라고 쓴 소리를 날렸다.
또한 여권 내에선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인 중 하나로 수직적 당정 관계를 꼽고 있다. 대통령실이 주요 이슈를 주도하며 주도권을 잡고, 당이 따라가는 모습을 보이면서 존재감을 상실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인적 쇄신 뿐만 아니라 수평적인 당정 관계를 수립하는 것도 하나의 과제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이날 "지금까지는 무슨 공무원 조직처럼 용산(대통령실) 지시를 받아서 당이 일을 했다면 이제 서로 존중하는 입장에서 용산이 아니라 당이 이슈를 주도하고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라며 "그게 혁신"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