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지난 17일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이복현 금감원장이 불법 공매도와 관련해 강경한 입장을 피력했다. 특히 불법 공매도를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지목한 이 원장은 “형사처벌이 필요할 경우 외국에 있는 사람들을 끌어와서라도 가능할 수 있도록 수사 당국과 긴밀히 협의하겠다”고까지 표현하는 등 강력한 처벌 의사를 드러냈다.
상환기간 제한 등 공매도 이슈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지속적으로 제기하던 문제에 대해서도 공감의 뜻을 드러내 관련 제도 신설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7일 6년 만에 서울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김상문 기자
18일 국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에서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나온 이복현 금감원장의 발언이 화제다. 검사 출신 금감원장으로서 ‘공정성’의 가치를 강조한 점에 대해서는 특히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호평이 나온다.
국감 현장에서 불법 공매도와 관련된 질의는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로부터 주로 나왔다.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과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 등의 질의에 대해 이 원장은 "(불법행위 당사자가 외국인‧해외법인 등의 사유로) 외국에 있다면 끌고 와서라도 형사처벌 받을 수 있도록 수사 당국과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답변해 눈길을 끌었다.
최근 금감원은 홍콩 소재 대형 글로벌 투자은행(IB) 2곳이 국내 자본시장에서 560억원 규모의 고의적인 무차입 공매도를 일삼다가 적발됐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역대 최대 규모’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 금감원의 입장이지만, 처벌이 너무 약하다는 비판이 여전히 나온다. 이에 금감원장이 고강도 처벌에 대한 의지를 재차 피력한 것이다.
공매도 문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연결된다는 언급도 나왔다. 이 원장은 "불법 공매도 자체가 어떻게 보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부분이 있고, 저희가 다른 정책과 균형감 있게 조금 더 원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제 개인적 생각"이라고 발언했다.
불법공매도 문제는 비단 한국 증시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계 증시의 방향성을 이끌어가는 미국 역시 공매도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공매도 보고를 강화하는 규칙(13f-2)을 채택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의 상황은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매수‧매도 여론이 강력하게 형성되는 세칭 ‘밈주식’과 관련이 있다. 지난 2021년 기관투자자의 공매도에 맞서 개인투자자들이 대량 매수로 주가가 폭등한 게임스톱‧AMC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이 사건 이후 기관의 공매도에 대응할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하다는 개인투자자들의 비판 여론이 형성됐다.
SEC가 채택한 새 규칙에 따르면 연기금·투자자문 등의 투자운용사들은 총 공매도 잔액이 1000만 달러 이상이거나 발행주식 대비 2.5% 이상인 경우 주식 수, 평가금액, 일일 거래 내용 등을 SEC에 보고하는 의무를 진다. 또 SEC는 보고된 내용을 바탕으로 공매도 대상 증권, 투자자별 공매도 잔액 등의 세부 정보를 전자공시시스템(EDGAR)에 공개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국감에서는 공매도 관련 가장 뜨거운 쟁점 중 하나인 ‘외국인‧기관의 공매도 거래시 상환기간 설정’에 대한 언급이 나왔다.
이복현 원장은 “이미 공매도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신뢰가 크게 손상된 지점이라 특별한 조치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최근 한국 주식이 오르지 않고 국내 투자자들이 외국 증시로 빠지는 이유도 이미 국내 증시가 불공정한 놀이터가 됐다는 지적이 일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장의 인식에 대해서는 특히 개인 투자자들이 환영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국내 대형 주식 커뮤니티나 텔레그램 다수에서 해당 뉴스가 공유되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국내 대형 증권사 한 관계자는 “공매도와 관련해서는 금감원장이 개인 투자자들의 입장에서 바라보려는 것 같다”면서 “외인‧기관의 신뢰도만큼이나 국내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 대한 신뢰감을 갖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