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 최근 여야가 정쟁보다 민생을 강조하고 있음에도 경색된 정국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비판의 화살이 이들의 ‘아내’로 전환된 채 양당의 공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는 최근 민생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치열한 정쟁 속 민생 우선 기조를 먼저 되찾은 것은 정부여당이다. 거듭된 정쟁 탓에 민심이 떠나고 있음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확인한 결과다. 이에 이들은 잃어버린 민심 회복을 위해 민생에 주안점을 두겠다며 쇄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민주당도 민생 경쟁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지난 23일 당무에 복귀한 것을 계기로 정부여당을 대상으로 한 정책 경쟁을 본격화했다. 이 대표의 장기간 단식으로 맞이했던 수장 공백 사태를 수습하고 총선 체제로 돌입하려는 의도다. 특히 이들은 민생 키워드를 정부여당보다 한 박자 늦게 언급했지만, ‘민생 3자회담’을 역으로 제안함으로써 민생 경쟁에서 주도권만큼은 확보하는 모습이다.
정쟁과 거리를 두고 민생을 강조하던 여야가 '와이프리스크' 공세만큼은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이에 각 진영 수장을 향했던 비판 수위는 약해졌지만 정쟁은 현재진행형으로 평가된다./사진=미디어펜
여야가 모두 민생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책경쟁을 본격화할 것이란 기대감은 현저히 낮다. 경쟁보다 정쟁이 지속될 가능성이 여전히 포착되고 있는 탓이다.
여야는 각 진영의 지도자를 향했던 비판 화살을 그들의 아내로 옮겨 정쟁을 지속할 여지를 만들고 있다. 민생 회동을 언급한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국정감사에서 서로를 향한 공세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은 ‘김건희 로드’로 일컬어지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을 재개했다. 종점 변경 특혜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필요성을 강조함은 물론, 24일에는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야당 위원들이 남한강휴게소 현장을 찾아 김건희 일가 특혜 의혹을 집중 조명했다.
정쟁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던 국민의힘도 와이프리스크 만큼은 공세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20일 정쟁 요소가 다분했던 정당 현수막을 자진 철거했다. 아울러 23일 인요한 혁신위를 출범시키며 정쟁에 거리감을 뒀다. 무분별한 정쟁으로 피로감을 유발했던 것이 보선 패착 원인으로 진단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에 대한 직접적 공세만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을 뿐 정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들은 지난 20일과 23일 경기도의회를 대상으로 이뤄진 행정안전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대표 부인 김혜경 씨의 법카 유용 의혹 추궁에 열을 올렸다. 정쟁을 중단한다는 선언과 거리가 먼 모습이다.
여야가 공세 대상을 와이프로 전환한 배경에는 효율성이 꼽힌다. 야당의 경우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의혹, 여당은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 등을 이유로 기존에 제기했던 의혹들의 파급력이 희석되자 효과적인 공세를 위해 대선 과정에서 검증됐던 와이프리스크를 다시 꺼내들게 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민생을 강조한 것과 달리 여야가 각각 와이프리스크를 정조준하고 있는 만큼 이들의 대치 국면은 장기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