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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매물 쏟아지는데 시장 반응은 시큰둥

2023-10-25 14:52 | 이보라 기자 | dlghfk0000@daum.net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한화저축은행에 이어 상상인저축은행, 애큐온저축은행 등 최근 인수합병(M&A) 시장에 저축은행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렇다 할 인수 후보자들은 눈에 띄지 않는 상황이다. 저축은행업계 전체가 실적 부진을 겪으면서 다른 저축은행들은 인수에 나서지 못하고 있고, 금융지주사와 사모펀드(PEF) 등도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4일 정례회의에서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대주주 지분 매각 명령을 의결했다. 상상인은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데 상상인 대주주는 지분 23.3%를 보유하고 있는 유준원 대표다.

사진=상상인저축은행 제공



금융위는 2019년 12월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 2곳에 중징계를 내린 바 있다. 상상인이 신용공여 의무비율을 유지하지 못하면서도 거짓으로 보고하고 대주주가 전환사채를 저가에 취득할 수 있도록 형식적으로 공매를 진행한 혐의다.

금융위는 불법 대출 혐의에 따라 과징금 15억2100만원을 부과했다. 대주주인 유 대표에게도 직무정지 3개월 처분했다. 이후 금융위는 지난 8월30일 두 저축은행에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상상인이 여전히 충족명령을 이행하지 못하면서 당국이 결국 매각 명령까지 내리게 됐다.

이번 결정으로 상상인은 보유지분 100% 중에서 최소 90%를 내년 4월까지 매각해야 한다. 또 상상인은 앞으로 지분 10% 넘어서는 의결권 행사가 어려워진다. 대주주로서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상상인저축은행의 인수 후보자로는 우리금융지주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우리금융은 상상인·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매각 작업이 본격화하자마자 실사 자문사를 선정할 만큼 매수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KB, 하나 등 경쟁 지주사와 달리 서울과 수도권에서 영업을 하는 저축은행이 없어 유력한 인수 후보군 중 하나로 거론돼왔다.

우리금융지주는 계열사로 우리금융저축은행은 보유하고 있는데 충청도에 한정된 영업구역을 가지고 있어 인수합병 시 수도권으로 영업망을 넓힐 수 있다. 상상인저축은행은 경기지역을 영업권으로 두고 있다.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총자산은 6월 말 기준 각각 3조2991억원, 1조5806억원이다. 우리금융지주가 이들 회사를 인수해 우리금융저축은행과 합병하면 자산규모는 총 6조4901억원으로 커진다. SBI저축은행(15조5743억원), OK저축은행(14조5768억원), 한국투자저축은행(8조6111억원)에 이어 단숨에 업계 4위가 된다.

다만 저축은행권의 업황이 나빠진 상황에서 섣불리 인수하는 것은 리스크가 높을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실제로 6월 말 기준 상상인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연체액은 567억원으로 연체율만 14.12%다.

한화그룹은 지난 7월부터 계열사인 한화저축은행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저축은행은 매각 작업이 시작된 지 3개월이 지났음에도 접촉한 PEF 등으로부터 별다른 인수 의사는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 규모 기준 업계 6위인 애큐온저축은행도 조만간 M&A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애큐온저축은행은 국내 10위권 저축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PEF가 경영권을 갖고 있다. 2019년 애큐온을 인수한 홍콩계 펀드인 베어링PEA가 올해로 인수 5년째를 맞고 있어 내년부터 매각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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