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 10.29참사가 발생한지 1년이 지났음에도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및 피해자 권리보장을 위한 특별법안’(이태원참사 특별법)이 제정될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한 것으로 관측된다. 여야가 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방식을 두고 동상이몽을 보이고 있는 탓이다.
국회에서 10.29참사 추모식이 열리는 30일에도 여야는 이태원참사 특별법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냈다. 야당은 이날 정부여당이 특별법 제정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 반면 여당은 야당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것은 총선용 정쟁 시도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민주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이태원참사 특별법 제정을 강하게 압박했다. 이들은 전날 정부여당이 10.29참사 1주기 추모대회에 불참한 것부터 문제 삼았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가 민주당 주도로 추모대회가 개최되는 것에 ‘정치 집회’의 성격이 강하다는 이유로 불참한 것이 책임회피라는 지적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비롯한 유가족과 관계자들이 6월 7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특별법 제정 촉구 국회 앞 유가족 농성 시작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자료사진)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정청래 최고위원은 “어제 윤석열 대통령은 ‘가장 큰 슬픔을 가진 날이고 유가족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끝내 서울광장 추모식장에는 불참했다”면서 “책임을 통감한다는 말도, 진정한 사과 한마디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박찬대 최고위원도 “참사에 아파하고 책임을 인정하고 유가족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대통령을 기대했지만, 끝내 국민들의 그 소박한 기대를 저버렸다”면서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어떠한 비판에도 변명해서는 안 된다’던 대통령의 말은 그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거짓말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참사 희생자와 유족들을 위해서라도 정부여당이 특별법 제정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법이 지난 6월 야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만큼 야당 단독으로 본회의 또한 통과시킬 수 있음을 시사하며 압박에 나선 것이다. 이는 이재명 대표가 전날 추모대회에서 특별법의 신속한 처리를 약속한 만큼 법안 제정을 더 이상 미루지 않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반면 여당은 야당의 압박에도 특별법 제정에 부정적 입장을 고수했다. 특별조사위원회 구성 방식이 특별법 제정에 난제로 꼽히기 때문이다.
현재 이태원참사 특별법안에 따르면 특조위원은 총 11명으로 구성된다. 야당 출신인 국회의장이 1명, 여야가 각각 4명, 유가족 단체가 2명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이에 여당은 특조위원 추천 권한이 야당에 편향돼 있어 특조위가 정치적으로 남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특별법 제정을 반대하고 있다.
대신 여당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재난과 안전관리를 위한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참사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난 27일 논평을 통해 “정부가 작년 12월에 제출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이 지난달에서야 행안위를 통과했고, 다른 안전대책 법안들도 여전히 상임위에 계류 중”이라면서 참사 재발방지를 위해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부터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런데 이러한 사실은 망각한 채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 1주기를 계기로 이태원 특별법으로 또다시 참사를 정쟁화한다”면서 야당이 특별법 제정만을 촉구하는 것은 정쟁화 시도라고 비판했다.
김병민 최고위원도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전날 열린 10.29참사 추모대회에 대해 “야당 정치인들이 무대에 올라 추모사를 낭독하는 과정들이 있었는데, 우리 사회의 아픔을 치유하고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한 통합의 언어보다는 여전히 정쟁으로 점철된 분열의 언어들이 난무했다”면서 야당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것은 재발방지에 대한 진정성보다 참사를 정쟁에 활용하려는 의도가 더 크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여당이 특별법 제정에 부정적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일각에서는 야당이 단독으로 특별법 제정을 시도할 경우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여당이 특별법 제정을 정쟁 시도라고 못 박은 것부터 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행보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민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했지만, 특별법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면서 “간호사법도 당시 여론이 지지하는 비율이 더 높았지만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현재 대통령의 리더십은 ‘불도저 리더십’”이라면서 “이러한 리더십의 문제는 자신이 부정해왔던 것을 인정하게 되는 순간 리더십이 더 이상 먹히지 않게 되는 것”이라면서 “(윤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지지 않기 위해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