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31일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과 관련해 일자리 창출, 성장동력 확보, 약자 지원에 예산 배정 중점을 두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성장동력 확보에 예산 배정의 중점을 두도록 하겠다"며 "정부가 마련한 예산안이 차질 없이 집행되어 민생의 부담을 덜어드릴 수 있도록 국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를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고 호소하고 나섰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이날 시정연설에서 "2024년 총지출은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2.8% 증가하도록 편성하여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였다"며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 편성과정에서 총 23조 원 규모의 지출을 구조조정하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든 재정사업을 제로 베이스에서 검토하여 예산 항목의 목적과 취지에 맞지 않는 지출, 불요불급하거나 부정 지출이 확인된 부분을 꼼꼼하게 찾아내어 지출 조정을 하였다"며 "이를 통해 마련된 재원은 국방, 법치, 교육, 보건 등 국가 본질 기능 강화와 약자 보호, 그리고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더 투입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경제가 어려울 때일수록 어려움을 더 크게 겪는 서민과 취약계층, 사회적 약자를 더욱 두텁게 지원하겠다"며 "170만 명 기초수급자의 생계급여 인상분과 100만 명 대학생과 청년의 국가장학금 인상분 등이 제대로 집행될 수 있도록 각별한 배려를 당부드린다"고 호소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10월 3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다만 윤 대통령은 이날 시정연설에서 내년도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해 "정부는 '물가와 민생 안정'을 모든 정책의 최우선에 두고 총력 대응하겠다"며 "범정부 물가 안정 체계를 가동하여 장바구니 물가 관리에 주력하는 한편, 취약계층의 주거, 교통, 통신 등 필수 생계비 부담을 경감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 안정 대책을 촘촘히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서민 금융 공급 확대를 통해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담 완화 노력도 강화하겠다"며 "복지 정책의 최우선을 약자 보호에 두고 어려운 분들에게 국가의 손길이 빠짐없이 닿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노동, 연금, 교육 등 3대 개혁에 대해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저출산이라는 어둠의 터널에서 빠져나오려면 미래세대에게 희망을 주고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가능케 하는 경제 사회 전반의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이러한 연금개혁, 노동개혁, 교육개혁을 위해 의원님들의 깊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리겠다"고 힘주어 당부했다.
최근 불거진 R&D 예산 감액과 관련해 윤 대통령은 "2019년부터 3년간 20조 원 수준에서 30조 원까지 양적으로는 대폭 증가하였으나, 미래 성장동력 창출을 위해서는 질적인 개선과 지출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국가 R&D 예산은 민간과 시장에서 연구개발 투자를 하기 어려운 기초 원천 기술과 차세대 기술 역량을 키우는 데 써야 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이번 예산안에는 첨단 AI 디지털, 바이오, 양자, 우주, 차세대 원자력 등에 대한 R&D 지원을 대폭 확대하였다"며 "원천 기술, 차세대 기술, 최첨단 선도 분야에 대한 국가 재정 R&D는 앞으로도 계속 발굴 확대하여 미래 성장 동력을 이끌겠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은 "아울러 중소기업들이 자금 여력 부족으로 투자하기 어려운 기술 개발 분야와 인공지능, 머신러닝, 자율주행 등의 딥테크 분야에 대한 R&D 투자도 확대하겠다"며 "R&D 예산은 향후 계속 지원 분야를 발굴하여 지원 규모를 늘릴 것이지만, 일단 이번에 지출 구조조정을 해서 마련된 3조 4000억 원은 약 300만 명의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을 더 두텁게 지원하는데 배정하였다"고 전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최근 국가 재정 R&D의 지출 조정 과정에서 제기되는 고용불안 등의 우려에 대해서는 정부가 세심하고 꼼꼼하게 챙기고 보완책도 마련하겠다"며 우려를 불식시키고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10월 3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취약계층을 더 두텁게 지원하는 것에 대해 윤 대통령은 이날 시정연설에서 "총 123만 기초수급 가구에 대해 가구당 최대 21만 3000원을 인상하여 총 1조 5000억 원의 생계급여를 더 지급할 수 있게 되었다"며 "월 21만 원의 양육비를 지원하는 한부모 가족의 소득 기준을 완화하여 추가로 3만 2000명에게 양육비를 지원하고, 다문화 가정 자녀 6만 명에게 연간 최대 60만 원의 교육활동비를 새로 지급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이날 밝힌 정부의 재정 운용 기조는 바로 '건전재정'이다.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해 "'건전재정'은 단순하게 지출을 줄이는 것만이 아니고, 국민의 혈세를 낭비없이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총선을 앞두고 '여소야대'라는 불리한 국면에 처한 윤 대통령이 내년도 예산안 심사와 관련해 이날 밝힌 핵심 내용을 지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실제로 정부의 건전재정은 대내적으로는 물가 안정에, 대외적으로는 국가신인도 유지에 필수적이다. 윤 대통령이 이날 언급한대로 2030 등 미래세대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국가 부채를 넘겨주지 않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