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국회를 찾아 '2024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 나선 가운데 여야 분위기는 숫자 '29'와 '0'으로 극명하게 갈렸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윤 대통령 입장부터 퇴장까지 기립박수를 포함해 29번의 박수를 보내며 환영해 맞이한 반면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등 야3당은 자리에 앉은 채 무박수로 침묵만 흘려 보냈다.
이날 오전 10시 1분 경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선 윤 대통령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 순서로 악수를 나눈 뒤 여당이 아닌 야당 의석쪽으로 성큼 성큼 걸어갔다. 윤 대통령은 조정식·김민석·김교흥 등 민주당 의원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청하며 연단으로 향했다. 윤 대통령이 악수를 건네자 몇몇 민주당 의원들은 굳은 표정으로 앉은 채 손을 내밀기도 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석 쪽에서는 “좀 일어납시다”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국회를 찾아 '2024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 나선 가운데 기립박수를 보낸 국민의힘 의원들과 달리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무박수로 침묵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후 시작된 27분 간의 시정연설 내내 야당 의원들은 침묵으로 일관하며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다행히 연설 도중 고성·야유를 보내는 야당 의원은 없었다. 앞서 여야 원내대표가 맺은 '신사협정'에 따른 것이다. 다만 강성희 진보당 의원은 윤 대통령 연설 내내 ‘줄일 것은 예산이 아니라 윤(尹)의 임기’ ‘D-160 반드시 무너뜨린다 피눈물 난다! 서민 부채 감면’이라고 적힌 양면 피켓을 들고 침묵 시위를 벌였다.
민주당도 시정연설 직전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 계단에서 ‘민생이 우선이다’ ‘국정기조 전환’ ‘국민을 두려워하라’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윤 대통령이 오전 9시 40분쯤 국회에 도착해 민주당 의원들이 모여있는 로텐더홀 계단 앞을 지나가자 일부 의원들은 "여기 한 번 보고 가세요", "여기 좀 보고 가"라고 외쳤다. 윤 대통령은 별 다른 반응 없이 환담 장소로 향했다.
31일 국회를 찾아 '2024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이 입장 시 야당 의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31일 국회를 찾아 '2024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이 입장 시 야당 의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민주당은 이날 여당과의 '신사협정'에도 불구하고 피켓 시위를 강행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통령의 시정연설이나 교섭단체 대표 연설 도중 야유하지 않고 본회의·상임위에서 피켓을 들지 않기로 합의한 바 있다. 다만 민주당은 이번 피켓시위가 신사협정 위반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윤영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회의장 밖은 신사협정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며 "회의장 밖 공간까지 국회의원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막는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31일 국회를 찾아 '2024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이 시정연설 이후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31일 국회를 찾아 '2024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이 시정연설 이후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을 마친 후에도 야당 의원석을 돌며 의원들에게 일일히 악수를 청했다. 윤 대통령이 손을 내밀자 대부분의 야당 의원들은 이에 응했다. 윤 대통령은 야당 의석을 돈 후 여당 의원들과도 악수를 나누며 반갑게 인사했다. 시각장애를 가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인 김예지 의원에게는 두 손으로 악수를 건넸다. 윤 대통령은 김 의원에게 양해를 구한 후 안내견 '조이'를 쓰다듬기도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윤 대통령이 본회의장을 나서기 직전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악수를 건넸고 윤 대통령이 화답하자 냉랭했던 회의장 분위기는 조금 풀리는 듯 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웃으며 본회의장을 나갔다. 이 대표는 시정연설에 앞서 열린 5부 요인 및 여야 지도부와의 사전환담 자리에서 윤 대통령과 만났다. 이 대표가 윤 대통령을 만난 것은 대선 이후 처음이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