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준 기자]일본 완성차 브랜드들이 전기차 배터리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2020년대 들어 배터리 분야에서 한국에 사실상 비교우위를 빼앗긴 일본은 완성차 브랜드의 역량과 노하우로 배터리 내재화로 2차전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다만 그 방편 중 하나로 한국 배터리 업체와의 합작을 통한 업계 진입을 노리면서 경쟁자이면서 동반자가 되고 있다.
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일본 토요타 자동차와 혼다는 배터리 내재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 완성차 브랜드 토요타가 전기차용 배터리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사진=토요타 제공
파이낸셜타임스(FT) 등 보도에 따르면 토요타는 지난달 31일 미 노스캐롤라이나주 중부 그린즈버러 인근에 건설 중인 리튬이온 배터리 공장에 80억달러(약 10조 8500억 원)를 추가 투자해 공장을 더 크게 짓기로 했다.
이번 추가 투자를 합치면 토요타는 노스캐롤라이나주 공장에만 2030년까지 총 139억 달러(약 18조8600억 원)를 투입하게 된다.
이는 미국이 지난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시행한 이후 해외 완성차 브랜드 중 투자금액으로 최대 규모에 해당하며, 토요타 입장에서도 일본 밖에 짓는 최대 규모 공장이 된다.
토요타는 이번 투자를 통해 8개의 신규 생산라인을 추가해 2030년까지 총 10개 라인으로 확장하고, 연간 30기가와트시(GWh) 이상의 배터리를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현 시점에선 스포츠유틸리티(SUV) 전기차 약 40만 대에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토요타는 2025년 본격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5000명 이상이 이 곳에서 근무할 예정다.
토요타는 지난달에도 LG에너지솔루션과 리튬이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약 30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미시간주 공장에 토요타 전용 배터리 생산라인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도요타와 연간 20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를 2025년부터 10년 동안 토요타에 공급하게 됐다.
혼다도 전기차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혼다는 최근 전기차 전환을 위해 전기차 연구개발(R&D) 부문에 6년 간 5조 엔(45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혼다는 토요타와 달리 주로 한국 배터리 기업과의 협력으로 배터리 경쟁력을 강화하려하고 있다.
혼다 역시 올 초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해 미국 배터리 합작법인인 'L-H Battery Company'를 설립한 바 있다.
양사는 작년 8월 합작 공장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마쳤고, 미국 오하이오주에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 공장은 완공되는데까지 44억 달러를 투자해 연간 40GWh 규모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다.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배터리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전기차가 미래 자동차 산업의 핵심임에도 불구하고 배터리 주도권을 한국과 중국에 빼앗겼기 때문이다.
일본은 2000년대를 중심으로 파나소닉이 테슬라와 끈끈한 동맹관계를 구축하며 리튬이온배터리 최강자로 군림했으나 현 시점에서는 품질에서도 한국에 따라잡힌 데다 중국에는 가격 경쟁력에서 뒤쳐지며 경쟁 열위를 보이고 있다.
일본 완성차 업계는 미국이 IRA 시행으로 배터리에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을 적극 활용해 북미 시장에서 배터리 역량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업체 중 토요타의 경우 단순히 배터리 합작이 아닌 자체 생산시설을 준비하는 등 내재화에 열을 올리고 있어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파트너이자 경쟁자로 볼 수 있다. 토요타가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을 2026년까지 연간 150만 대, 2030년에는 연간 350만 대로 확대한다는 방침이어서 배터리에서의 한일간 경쟁도 불기피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배터리 집중은 한국에도 기회인 것은 분명하나 어느 정도 기술 여건이 마련되면 내재화로 전략을 돌릴 수 있다"며 "우리나라는 중국의 저가 공격을 견디면서 일본의 배터리 재도전을 지혜롭게 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