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1000억 원 사내기금 조성…현명하고 ‘통큰’ 해법
▲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삼성전자는 3일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들을 보상하기 위해 조정위가 제안한 권고안을 일부수용한다고 밝혔다. 1000억 원을 기부하여 사내기금을 조성하여, 이를 피해자들에게 직접 보상하겠다는 해법이다. 조정위가 권고한 공익법인 설립은 거부했다. (사단법인으로서의) 공익법인 설립은 실제 보상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전자는 1000억 원 사내기금을 조성하면서, 백혈병 등 조정위가 권고한 반도체 직업병 질병군 대부분을 수용하겠다고 나섰다. 이와 더불어 삼성전자 직원이 아닌 협력사 직원까지 보상 대상에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단, 일부 보상 대상과 질병군에 대해서 제한조건을 걸었다. 40년 전 퇴사한 근무자 같은 경우를 제외하였으며, 유산․불임군 및 광범위한 질환, 유전적 소인의 질병에 대해서는 외부 전문가의 판단에 따르기로 했다. 질병군에 대한 기존 학술연구결과에 충실히 따르겠다는 결정이다.
삼성전자의 이번 반도체 직업병(백혈병 등) 피해 보상을 위한 1000억 원 사내기금 조성은 현명하고 ‘통큰’ 해법이다. 피해자들이 바라는 것은 하나다. 피해에 따른 정당한 보상 말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이루기 위해 가장 빠르고 직접적인 길을 제시했다.
▲ 삼성전자는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들을 보상하기 위해 조정위가 제안한 권고안을 일부수용한다고 밝혔다. 1000억 원을 기부하여 사내기금을 조성하여, 이를 피해자들에게 직접 보상하겠다는 해법이다. (사단법인으로서의) 공익법인 설립은 실제 보상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에서다. 가족대책위는 신속한 보상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환영하는 일색이며, 반올림은 즉각 삼성전자를 비난하고 나섰다. /사진=미디어펜 |
삼성전자가 지난 3일 밝혔듯이 의학적․과학적 입증을 통해 질병 발병 원인을 명확히 밝혀야 하는 원칙은 그대로 서있다. 삼성전자는 이를 지키면서 피해자들의 고달픔을 어루만지려 하고 있다. 법령에 정해진 인정기준과 학술계에서 밝혀진 사실관계를 중심으로, 피해자 개인별에 따라 사내기금을 보상․운용하려 한다.
조정위원회의 공익법인 설립 권고…제 3자의 헛발질
애초에 조정위원회가 제안했던 권고안의 두 축은 1000억 원 기부, 이를 재원으로 삼은 공익법인 설립이었다. 문제는 소위 ‘백혈병’, ‘반올림’ 등으로 알려져 있는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들의 경우, 작업장 삼성전자와 피해자 근로자들이 당사자라는 점이다.
조정위원회는 이러한 사안에 대해 일단 1000억 원을 내놓으라고 하고, 제 3자가 회사를 차려서 그 쓰임새를 결정하겠다는 권고를 했다. “삼성전자는 돈만 내라. 그 돈은 우리가 알아서 하겠다”는 조정위의 선언에, 1000억 원을 내라는 삼성전자는 빠져있고 경실련과 참여연대가 1000억 원 쓰임새를 결정하는 주체로 들어가 있었다.
▲ 지난달 23일 오후 3시 삼성전자와 삼성직업병피해자가족대책위원회(가족위),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서대문 법무법인 지평 회의실에서 직업병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자회견이 열렸다./사진=미디어펜 |
피해자를 대변하는 가족대책위가 삼성전자가 이번에 밝힌 ‘1000억 원 사내기금 마련’과 ‘직접적인 보상조치’에 바로 환영의 뜻을 표한 점도 당연하다. 가족들이 바라는 것은 세월호 진상규명위원회 같은 조직이 아니다. 피해자 자신들에 대한 즉각적인 조치이며 행동을 바랄 뿐이다. 공익법인 설립? 조정위원회와 반올림은 헛발질을 했다. 개인과 법인 간의 일에 제 3자, 다른 집단이 끼어들 여지는 없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