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 “안 된다는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끝까지 물고 늘어져 문제 해결”
“품질보증체계 강화로 물질 초격차 실현”
삼성전기 기판사업의 태동지인 삼성전기 세종사업장 곳곳에 붙어있는 문구다. 삼성전기 국내 사업장 중 유일하게 반도체 패키지기판 단일 제품을 생산하는 ‘기판 핵심 기지’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전기 세종사업장 설비시설 /사진=삼성전기 제공
세종시의 대표적인 산업단지인 명학산업단지(세종시 연동면)에 위치한 세종사업장은 산업단지 내 최대 규모인 5만3000평(축구장 24개 크기)으로, 공장·지원·복지동 등 12개의 건물에 약 180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 세종시에서 가장 고용 인원이 많은 사업장이다.
현재 세종사업장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의 모바일 AP, 메모리 반도체, 5G 안테나와 같은 통신모듈 및 전장용 반도체에 들어가는 반도체 패키지기판(이하 패키지기판)을 생산 중이다.
반도체 패키지기판은 2023년 106억 불에서 2027년 152억 불 규모로 연평균 10%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도유망한 사업군이다. 특히, 5G 안테나, ARM CPU, 서버‧전장‧네트워크와 같은 산업·전장 분야를 주축으로 시장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인 세종사업장 신공장에서는 이 같은 미래 패키징 기술에 대응할 수 있는 차세대 반도체 패키지기판을 생산할 예정이다. 세종사업장은 신공장이 삼성전기 기판 사업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는 확신에 가득 찬 모습이다.
실제로 신공장에는 세종사업장 처음으로 원료부터 최종 제품까지 통합 생산이 가능한 설비·인프라, 물류 자동화 생산체제를 적용해 제품 생산 속도를 끌어올릴 예정이어서 최고 수준의 청정 환경 구축으로 우수한 품질의 기판 생산이 기대된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삼성전기 세종사업장 라인투어 현장 /사진=삼성전기 제공
◇ 세계 최고 수준 기술력 보유…세종사업장 특기는 ‘임베딩’
고성능 반도체 패키지기판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핵심 기술은 ‘미세 가공 기술’과 ‘미세 회로 구현’이다. 전자기기의 기능이 많아질수록 필요한 부품도 많아지고, 신호 전달에 필요한 회로가 많이 필요한데다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한정된 기판 면적 안에 많은 길(회로)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한 면으로는 부족해 4층, 6층, 8층, 10층 등 여러 층으로 만들어야 하고, 층간에도 회로가 연결돼야 하는데 각 층들을 연결해주는 구멍을 비아(Via)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80㎛(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면적 안에 50㎛의 구멍을 오차 없이 정확히 뚫어야 하기 때문에 정교한 가공 기술력이 필요하다.
삼성전기는 A4용지 두께의 10분의 1 수준인 10㎛ 수준의 비아를 구현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반도체 패키지기판은 8~10㎛수준의 얇은 회로 선폭을 구현해야 하는데 삼성전기는 머리카락 두께의 40분의 1인 3㎛ 수준의 회로 선폭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세종사업장만의 차별화 기술은 ‘임베딩(Embedding)’ 기술이다. 임베딩 공법은 기존 기판 위에 실장하던 캐패시터와 같은 수동부품을 기판 내부에 내장시키는 기술로, 이를 통해 신호 경로 길이를 줄여 전력 손실을 50% 이상 줄일 수 있고, 고속 신호 전달에도 유리하다.
삼성전기는 국내 기판 업체 중 유일하게 임베딩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기 세종사업장에서 임직원이 설비를 관리하고 있다. /사진=삼성전기 제공
◇ 전자부품산업의 산실, 삼성전기 세종사업장은?
1991년 PC용 다층인쇄회로기판(MLB)을 시작으로 1997년 고부가가치 기판인 반도체 패키지기판 생산을 통해 당시 일본산 기판 독점 시대를 마감하고 국내 반도체 산업을 기술적으로 한 단계 끌어올린 전자부품산업의 산실로 꼽힌다.
패키지기판은 반도체 칩과 메인 기판 사이를 연결해주는 것으로, 반도체와 메인 기판 간 전기적 신호를 전달하고, 반도체를 외부의 충격 등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패키지기판의 기술 고도화는 제조난도가 높고, 만들 수 있는 업체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은 사업군이다.
과거 반도체를 설계‧생산할 수 있는 제조사가 일부 반도체 업체로 제한됐지만, 최근 빅테크 기업들이 핵심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고 칩 생산에 나서면서 패키지기판 수요 증가에 요인이 되고 있다.
세종사업장에서 생산하는 반도체 패키지기판인 FCCSP(Flip-Chip Chip Scale Package)는 고집적 반도체 칩과 기판을 플립칩 범프로 연결해 전기 및 열적 특성을 높인 반도체 패키지기판이다.
FCCSP는 반도체 칩의 크기와 거의 동일한 크기의 기판으로 반도체와 기판 사이에 전기적 신호 이동 경로가 짧아 높은 성능과 낮은 전력 소모를 동시에 구현할 수 있어 주로 스마트폰 AP용 반도체 칩에 사용된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