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만나기 위해 부산에 방문했지만 회동이 성사되지 못했다.
인 위원장은 4일 오후 3시 부산 경성대 중앙도서관에서 이 전 대표와 이언주 전 의원이 진행하는 ‘바보야 문제는 정치야 토크콘서트’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왼쪽부터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그러나 만남은 순조롭지 못했다. 이 전 대표는 객석 맨 앞에 앉은 인 위원장을 ‘Mr. Linton’이라고 부르며 줄곧 거리를 뒀다.
이 전 대표는 영어로 “이제 당신은 우리의 일원이 됐다. 그리고 우리의 민주주의에 더욱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본다. 바로 당신이 젊은 날 지키고자 했던 그 민주주의”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언젠가 반드시 당신과 내가 공통된 의견에 도달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도 “그러나 당신은 오늘 이 자리에 올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했다.
또 이 전 대표는 “특히 최근 강서 선거에서 무엇을 배웠나. 강서 지역민들과 대화하고자 노력해봤나”라며 “그들은 분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든 해답은 그들의 이야기에서 찾을 수 있다. 그들의 언어를 따르고, 갈등을 조장하려 하지 않는다면 기꺼이 대화할 의사가 있다”며 “하지만 현재로서는 자격이 없다”고 직격했다.
또 “우리의 일원이 됐지만, 우리와 같아 보이지 않는다. 우리 편에 서 달라, 그리고 우리와 같은 언어로 말해 달라. 민주주의의 언어로 말해달라”고 했다.
이에 인 위원장은 큰 소리로 웃으며 “영어를 나보다 훨씬 잘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에 이 전 대표는 “여기서 내가 환자인가. 오늘 이 자리에 의사로 왔나”라며 “진짜 환자는 서울에 있다. 가서 그와 이야기하라. 그는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인 위원장은 또다시 웃음을 터트리며 “경청하러 왔다”고 응했다.
이후 인 위원장은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토크콘서트를 지켜보다, 종료 직전 자리를 떠났다. 이후 이 전 대표와는 별다른 대화 없이 곧바로 상경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인 위원장의 부산 방문이 알려진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통미봉남, 화전양면책은 휴전선 이북의 친구들이 자주쓰는 기본 전술이지요”라며 냉대를 예견했다.
북한 대남전략의 하나인 ‘통미봉남(通美封南)’은 북한의 대남전략 중 하나로, 소통은 미국과 하고 남한과 대화는 봉한다는 의미다. 화전양면책은 겉으로는 평화를 이야기하며 속으로는 전쟁을 준비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한편, 인 위원장이 콘서트 장을 떠나며 “오늘은 들으러 왔다. 생각을 정리해 서울에서 이야기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인 위원장의 이번 만남 추진은 비윤석열계를 끌어안기 위한 행보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앞서 인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와 대립하고 있는 유승민 전 의원을 만났다. 홍준표 대구시장,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도 만남을 추진하고 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