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몰아주기의 대상과 사유를 확대한 고발지침을 행정예고 한 가운데 재계가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해당 고발지침이 상위법에 위배될 뿐 아니라 전속 고발권의 취지에 반한다는 이유에서다.
6일 재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달 19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등의 위반행위의 고발에 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침(이하 ‘고발지침’)’ 개정안을 행정예고 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몰아주기의 대상과 사유를 확대한 고발지침을 행정예고 한 가운데 재계가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해당 고발지침이 상위법에 위배될 뿐 아니라 전속 고발권의 취지에 반한다는 이유에서다. /사진=미디어펜
개정안은 일감몰아주기 행위를 한 사업자를 고발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특수관계인도 고발 대상에 포함해 제재 범위를 확대했다. 또 법 위반행위가 중대·명백하지 않아도 ‘사회적 파급효과’등을 고려해 고발할 수 있는 불명확하고 추상적인 요건을 신설했다.
대다수의 기업들은 “사실상 고발 대상과 사유를 확대한 공정위의 고발지침 행정예고안은 상위법에 위배되고 전속고발권의 취지에도 반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재계는 기업의 의견을 수렴해 이날 ‘공정위 고발지침 개정안 행정예고에 대한 의견’을 공정위에 공동건의했다. 공동건의에 참여한 경제단체는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등이다.
이들은 이번 개정안이 ‘일감몰아주기’ 행위를 한 사업자(기업)를 고발하는 경우, 이에 관여한 특수관계인도 원칙적으로 고발하도록 규정했고, 고발지침에 규정된 ‘고발 대상 행위’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불명확하고 추상적인 요건을 신설해 고발할 수 있도록 한 점을 지적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공정위가 일감몰아주기 규제 위반으로 특수관계인을 검찰에 고발하려면, 특수관계인이 사업자에게 ‘사익편취를 지시하거나 관여’(법 제47조 제4항)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그 위반의 정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중대’해 경쟁질서를 현저히 해치는 것이(법 제129조 제2항) 인정돼야 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고발지침 행정예고안은 사업자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위반이 인정되면 특수관계인의 ‘법 위반 정도가 객관적으로 명백·중대하지 않더라도’ 원칙 ‘고발하도록 하고 있어 상위법에서 정한 고발요건에 반한다는 게 재계의 입장이다.
또한 고발지침 행정예고안에서 규정한 고발요건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생명‧건강 등 안전, 사회적 파급효과, 국가재정에 끼친 영향, 중소기업 피해, 이와 유사한 사유가 있는 경우 고발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신설한 점도 추상적이고 불분명하다고 꼬집었다.
상위법에서 정하고 있는 고발요건의 범위를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수범자는 어느 경우에 고발 대상이 되는지 예측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예측가능성)는 이유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더욱 심각한 것은 특수관계인이 사업자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위반에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여론에 따라 고발당할 수 있는 등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계는 공정위의 전문적 판단 하에 검찰에 고발하라는 전속고발권의 취지에도 반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현재 공정위는 경제분야 전문기관으로서 소관 법령 위반 사건에 대해 독점적인 조사권과 전속고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사법부가 판단하기 어려운 경제분야 사건의 조사와 판단을 공정위에 일임해 중대한 법위반의 경우 전속적인 고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준사법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부여한 것이다.
만일 공정위가 ‘특수관계인의 관여 정도를 명백하게 입증하기 곤란’하다는 이유로 법 위반의 중대성 입증없이 특수관계인을 고발한다면 전속고발권을 공정위에 부여한 취지와 맞지 않게 된다는 게 재계의 입장이다.
경제단체는 “이번 고발지침 행정예고안은 경제형벌을 완화하고, 경제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진 정부의 정책기조와도 맞지 않는다”며 “우리 법체계를 관통하는 기본 원칙에 맞지 않는 공정위의 고발지침 행정예고안은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