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금융당국이 내년 상반기까지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공매도를 전면금지하면서 그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전망이 다각도로 나오고 있다. 당장 2차전지‧리튬 테마 등을 필두로 대형 종목들이 지난 6일 강력한 상승세를 나타냈지만, 7일인 이날의 분위기는 이미 달라졌다. 장기적으로 봤을 땐 또 다시 주가조작 세력의 시세조종 가능성이 열리는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시가 ‘공매도 전면금지’ 2일차를 맞아 조정을 받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를 전후로 코스피 지수는 약 2.3%, 코스닥은 2% 정도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물론 이는 전일인 지난 6일 상승세를 고려하면 결코 가파른 조정세는 아니다. 지난 6일 코스피는 5.66%, 코스닥은 무려 7.34% 폭등했기 때문이다. 코스닥은 장중 사이드카까지 발동되며 모처럼 부산한 분위기를 맞이했다. 그 다음 거래일인 이날 2~3% 정도의 조정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번 시세의 질적 측면에 있다. 이번 폭등과 조정은 금융당국의 공매도 전면금지에 의해 촉발된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우선 금융당국은 이번 조치에 대해 ‘불가피한 조치’였음을 수차례 강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일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열린 9개 회계법인 CEO 간담회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공매도 전면금지 조치는)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면서 ”누군가 얘기해서 아무 검토 없이 갑자기 발표하는 것처럼 말하는 건 큰 오해이고, 수개월 점검해 정부 내부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의 시선은 조금 다르다. 오로지 개인투자자만을 위한 것이라기엔 시기가 미묘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번 조치가 나오기 전인 11월 1일 무렵부터 국내증시는 이미 ‘역대급 반대매매’를 털어내고 상승 모멘텀을 만들고 있던 중이었다.
양 지수 모두 소폭이나마 3거래일 연속 상승한 상태였고, 10월까지의 조정 폭이 워낙 깊었던 만큼 서서히 분위기가 상승세로 전환되려던 차였다. 그러다 주말 사이 공매도 전면금지 이슈가 더해졌고, 시가총액이 30조원에 육박하는 에코프로비엠 같은 종목들이 상한가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며 지난 6일 거래가 마감됐다.
공매도 전면금지 조치와 함께 일제히 2차전지 주요주들이 압도적인 상승세를 나타낸 점은 그만큼 이 종목들이 그간 공매도에 짓눌려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매도 반대론자들이 주장하는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된 측면도 있기 때문에 이번 조치가 불가피했다는 주장에도 전혀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증권가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우선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등 이른바 ‘글로벌 스탠다드’에서 멀어졌다는 점이 우선 지적된다. 국내 대형 증권사 한 고위 관계자는 “하루아침에 공매도가 되다가 풀렸다가 하는 건 선진국 증시에는 없는 현상”이라면서 “(이번 조치는) 외국인들이 국내 시장에 대한 평가를 달리 하는 기점이 됐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라덕연‧영풍제지 사태 같은 주가조작 움직임이 또 다시 재현될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된다.
어차피 공매도가 내년 상반기까지 금지된 상황이라면 반드시 바람직한 방향으로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내년 하반기부터 차질 없이 ‘공매도 전면재개’를 해야 할 것이고, 물론 그 이전까지 바람직한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돼야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