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7일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당 현안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김 전 위원장은 "처방은 참 잘했는데 환자가 약을 안먹으면 어떻게 할 것냐"며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인 위원장은 좋은 말씀이라고 화답했다.
인 위원장은 이날 오후 2시25분께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김 전 위원장의 사무실을 찾아 약 45분 간 독대했다. 이후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위원장이 ‘당신 의사 아니냐’며 ‘처방은 참 잘했다’고 칭찬해주셨다”라고 전했다.
인 위원장은 “김 전 위원장이 ‘환자가 약을 안 먹으면 어떻게 할거냐. 환자가 약을 먹어야 한다. 실제로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조언도 들었다”라며 "좋은 말씀 저도 공감했고 명심하겠다"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비상대책위원장과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회동을 앞둔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김 위원장의 사무실에서 악수하고 있다. 2023.11.7 [공동취재]
이어 “김 전 위원장께서 박정희 대통령께 처음으로 건강보험을 제시한 분이고 여와 야를 넘나들면서 많은 정치 경험을 가진 어른”이라며 “그래서 어른을 찾아뵙고 듣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전 위원장이 1997년 IMF 사태 이후로 양극화 문제가 대두됐는데, 아직 양극화 문제가 풀리지 않았다고 했다”며 “민생 문제, 경제 문제에 대한 많은 조언을 받았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인 위원장과의 만남 이후 기자들에게 "누구겠냐, 국민의힘"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표심을 먼지 잘 인식해야 할 것"이라며 "내가 보기엔 아직 인식이 잘못된 것 같다. 그래서 (인 위원장에게) 그런 문제를 적절히 잘 선택해서 혁신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라고 강조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인 위원장이 혁신이라고 하는 걸 여러 가지 만들어 냈는데 현실성의 문제도 생각해봐야 하고 거기에 대한 반응이 없다"며 "해당 의원들이 거기에 대해 순응할 것인지 않을 것인지 반응이 없으니 답답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위원장의 권한에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당 대표가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대통령은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등 두 단계나 있어서 위원장으로서 운신의 폭이 클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 전 위원장은 대통령실도 약을 먹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최종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건 용산(대통령실)에서 해야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라며 "그쪽에서 소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거기만 쳐다보는 사람들이 변화가 있겠냐"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지금까지 (인 위원장이) 처방하는 건 약효가 잘 나오는 것 같지 않다"라며 "그 약을 먹으려면 대통령이 어떤 자세를 갖느냐에 달려 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얼굴만 쳐다보는 정당이니까 얼굴이 어떻게 변하냐에 따라 변할 수도 안 변할 수도 있다"라고 짚었다.
당 지도부 등에 대한 불출마 혹은 험지 출마에 대해 "굉장히 어려운 과제다. 우리나라 역사상 의원이 공천을 스스로 포기한 것은 서너건 밖에 없다"며 "지금 인 위원장의 말대로 스스로 좀 자진해서(결단) 하라는 말은 그 사람보고 정치 그만하라는 얘기랑 같다. 인생을 걸고 해왔는데 그만 두겠냐"고 반문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해 "(국민의힘에) 미련을 버리라는 말은 방송에 나가서 몇 달 전부터 얘기 했다"며 "이미 지나간 일인데 그에 대한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