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구태경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8월 은행 분야에 이어 신용카드‧리스‧할부 등 여신전문금융 분야에도 소비자권익을 침해하는 불공정 약관에 대한 시정요청에 나섰다.
공정위는 지난달 31일 여신전문금융회에서 사용하는 총 1376개의 약관을 심사해, 이 중 57개 조항(9개 유형)이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한다고 판단, 금융위원회에 시정을 요청했다고 8일 밝혔다.
공정위는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에게 ‘금융‧통신 분야의 경쟁촉진 방안’을 수립·보고한 바 있으며, 동 대책의 일환으로 금융거래 약관을 심사해 소비자에게 불이익한 약관조항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시정요청해 나갈 것임을 밝힌 바 있다.
이에 지난 8월 금융당국에 은행 분야 불공정약관의 시정을 요청한 데 이어 이번에는 여신전문금융 분야에 대한 시정을 요청한 것이다. 대표적인 주요 불공정 유형으로는 사업자가 자의적으로 서비스 내용을 변경, 중단 또는 제한해 고객의 예측가능성을 저해하고 불측의 피해를 줄 수 있는 약관이 문제됐다.
이 중에는 신용카드 해외결제를 위한 글로벌 제휴사(비자, 마스터 등)의 부가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사전 고지 없이 중단 또는 변경할 수 있게 한 경우도 있었다. 이는 공항라운지 이용, 발렛파킹 대행, 골프장 무료이용 등 결제기능과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으나, 소비자들은 제휴사 서비스 내용에 따라 고액의 멤버십 서비스를 선택하므로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약관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실제로 에이(A)카드 서비스 안내장에는 ‘인천공항 발레파킹, 김포공항 발레파킹 등의 서비스는 사전 고지 없이 중단 또는 변경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으며, 비(B)카드 서비스 안내장 역시 ‘OO 브랜드 서비스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 및 적용기준, 변동사항은 OO사의 내부약관 및 서비스 규정에 따른다다’나 ‘본 서비스는 제휴 골프장의 사정에 따라 불가피하게 변경 또는 중단될 수 있다’ 등으로 기재돼 있다.
또한 앱 내 사용내역 조회, 이체 등에 따른 수수료부과 사실 등 주요사항을 모바일 앱의 ‘앱푸쉬’를 통해 안내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광고메세지 차단을 위해 앱푸쉬 기능을 활성화하지 않도록 설정하는 경우가 있어 요금부과 여부 등에 대한 안내 수단으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는 이외에도 유효기간이 도래한 선불카드의 교체와 잔액환불에 관한 사항을 안내할 휴대폰 번호가 없는 경우 개별통지 절차를 생략하는 약관, 최고절차 없이 즉시 ‘기한의 이익’을 상실하는 조항 등을 시정요청했다.
‘기한의 이익’이란 기한 도래 전에 당사자가 가지는 이익을 말하는데 채무자의 경우 담보손상 등 신용상실의 사유가 발생하는 때는 기한의 이익을 상실한다. 특히 고객이 기한의 이익을 상실하면 만기 전이라도 대출 원리금을 모두 변제해야 해서 압류명령, 강제집행 개시 등 극히 예외적인 사유를 제외하고는 사전 통지를 통해 시정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시정요청을 통해 불공정 약관 다수가 시정돼, 여신전문금융을 이용하는 소비자 및 중·소기업 등 금융거래 고객들의 불공정약관으로 인한 피해가 예방되고 사업자의 책임은 강화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금융당국이 사업자들에게 문제된 약관의 시정조치를 취한 후 개정 시까지 통상 3개월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정위는 은행, 여신전문금융업에 이어, 금융투자 분야에서의 불공정 약관도 신속하게 시정해 금융 분야의 불공정한 계약관행을 해소하는 한편, 금융업계가 불공정 약관을 반복 사용하지 않도록 금융당국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