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연일 당 지도부와 친윤계(친윤석열계) 의원들을 향한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인 위원장의 거듭된 압박에도 '내가 먼저'라고 손을 드는 지도부·친윤 의원은 아직까지 없는 상태다. 당 내에서는 "기득권을 내려 놓는 게 혁신의 시작"이라는 옹호론과 "무작정 내려 놓으라고 하는 건 혁신이 아니다"며 반발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인 위원장은 최근 친윤계와 지도부를 향해 "대통령을 사랑하면 결단하라"라며 '1일 1불출마' 압박을 가하고 있다. 그는 8일 KBS1 라디오 '최강시사' 전화인터뷰에서 "기득권 내려놓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면서도 "많은 사람이, 오히려 50% 이상은 좋아하는 것 같다. 여럿, 특히 어제(6일)는 충청권 의원과 통화했다"라고 말했다.
전날(7일)에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입을 빌려 거취 압박에 나서기도 했다. 인 위원장과 만난 김 전 위원장은 "환자는 국민의힘"이라며 "처방(혁신안)은 참 잘했다"라고 인 위원장의 혁신안을 칭찬했다. 다만 그는 "환자가 그 약(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을 안 먹으면 어떻게 하느냐. 실제로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인 위원장은 지난 6일 오전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서는 진행자가 '불출마나 수도권 험지 출마 대상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고 하자 "다 알지 않냐 지도부가 누군지,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이 누군지. 결단을 내려달라는 말"이라고 말했다. 진행자가 권성동, 장제원 의원과 김기현 대표가 떠오른다고 하자, "그중에 한두 명만 결단을 내리면 따라오게 돼 있다"라고 답했다.
이처럼 인 위원장이 일부 인사들에게 전화까지 했다며 연일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지도부와 친윤계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당 내에서는 기득권을 내려 놓는 게 혁신의 시작이라는 옹호의 목소리가 나오는 반면, 무조건 내려 놓으라고만 '혁신'이 아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한 의원은 "중진들에게 다 내려 놓고 수도권 험지로 나오라는 건 그냥 '그만두라'는 얘기나 다르지 않다. 쉽지 않은 결정"이라면서도 "하지만 내년 총선을 위해선, 우리가 먼저 기득권을 내려 놓고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게 혁신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먼저 던져 놨으니(불출마·험지 출마)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누구든 결단을 내리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반면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총선 시즌만 되면 물갈이 한다고 불출마를 유도하고 하는데 지난 총선에서도 결국 실패하지 않았나"라며 "불출마를 유도하는 건 대승적 결단 즉 의석을 늘리기 위해서 해야 하는 거다. 중진 의원들이 소위 험지가서 전사하고 하는 건 멋있어 보이기는 한데 의석 수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하면 희생만 강요 됐고 결과는 없는 것 아닌가. 실속이 있어야 된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말은 수도권 험지 출마지만 그만두라는 얘기"라며 "중진들 입장에서는 그렇다면 누구를 위해서 무엇을 위해서 그만둬야 되느냐 하는 의문이 생기는 거다. 제대로된 혁신을 하면서 호응을 해달라고 하면 할 사람도 생기겠지만 무조건 물갈이만 하려고 하니까 호응하는 사람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측근들에게 "국회의원으로서 가질 수 있는 큰 영광은 다 이뤘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기현 1기 체제에서 수석대변인을 지낸 유상범 의원은 지난 7일 MBC 라디오에서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김 대표의 울산 출마 포기를 기정사실로 봐도 되는가’라는 진행자의 물음에 "(김 대표가) '국회의원으로서 가질 수 있는 큰 영광은 다 이뤘다고 했다'”라며 "충분히 당과 어떤 국가 발전의 측면에서 이제는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당 내에서는 이 대표가 불출마로 가닥을 잡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 대표는 울산 남구을 지역구 4선 의원이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한 의원은 "중진들에게 불출마나 수도권 험지 출마를 요구하면서, 당 대표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으면 되겠나"라며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수도권 출마도 안된다. 김 대표의 경우 불출마 하는 게 맞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