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서동영 기자]최근 도시정비사업 조합들이 잇달아 건설사에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을 받고 있다. 과거 부동산 활황기에 시공사를 교체했다가 상당한 돈을 지불하게 된 것이다. 부동산 침체기를 맞아 예전과 달리 새 건설사 찾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같은 소송 결과는 조합의 무리한 시공사 갈아타기에 제동을 걸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정비사업 조합으로 하여금 건설사에 손해배상금을 지불하라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개포동 대치2단지 리모델링 조합 내에서 일부 조합원이 조합장을 비롯한 조합 임원의 직무정지 및 해임을 주장하고 있다.
리모델링 사업이 좌초 위기인 데다 건설사에 배상금도 물어줘야 하는데 조합장 등이 제대로 대처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사업 정상화를 위해서는 조합장 등이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 조합은 지난 2021년 시공사인 DL이앤씨와 HDC현대산업개발이 사업비 대여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등 사업에 비협조적이라며 시공 자격을 박탈했다. 이에 반발한 두 건설사는 조합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6월 서울지방법원은 조합으로 하여금 손해배상비 112억 원과 이자 등 145억 원을 DL이앤씨와 HDC현대산업개발에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대치2단지처럼 최근 정비사업에서는 시공사를 바꿨다가 손해배상금을 내는 경우가 늘고 있다. 방배5구역 재개발 조합은 기존 시공단인 롯데건설·포스코이앤씨·GS건설 대신 현대건설로 교체했다가 최대 400억 원의 손해배상금을 내야 할 상황에 처 했다. 지난달 대법원은 GS건설·포스코이앤씨·롯데건설이 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귀책 사유가 조합에 있다고 봤다.
반포3주구 재건축 조합은 지난 9월 HDC현대산업개발에 146억 원을 물어주라는 법원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조합이 내건 시공사 교체 이유가 타당하지 않다며 조합으로 하여금 우선협상대상자였던 HDC현대산업개발의 손해를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반포3주구는 삼성물산이 맡아 공사를 진행 중이다.
이같은 소송 결과들은 정비사업 조합으로 하여금 시공사 교체를 고민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배상금은 새로 선정된 시공사가 조합 대신 변제해 준다. 하지만 지금같이 업황 악화로 건설사가 정비사업에 소극적인 상황에서는 조합이 새 시공사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성남 산성구역 재개발의 경우 대우건설·GS건설·SK에코플랜트 컨소시엄과 공사비 증액을 놓고 갈등을 벌이다 공사를 대신할 건설사를 찾기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어떤 건설사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고 결국 조합은 기존 시공단과 공사비 재협상에 돌입했다.
반포3주구나 방배5구역과 달리 대치2단지는 아직 새로운 시공사를 찾지 못했다. 지난해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에 공사를 맡기려 했지만 최종계약으로는 이어지지 않은 바 있다.
[미디어펜=서동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