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항공사가 항공편이 장시간 지연됐을 때 승객에게 필요한 조처를 충분히 하지 않을 경우 정신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지난달 26일, 이모 씨 등 269명이 아시아나항공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앞서 원고들은 지난 2019년 9월 13일 오전 1시10분쯤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를 통해 태국 방콕 수완나품 국제공항을 출발해 인천국제공항으로 돌아올 예정이었다. 하지만 아시아나 기체 결함으로 비행기가 결항하면서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
아시아나항공은 같은 날 오전 4시20분쯤 승객들에게 결항 사실을 전달하고 숙소를 제공했다. 대부분의 승객들은 예정보다 20시간 이상이 지난 뒤인 13일 오후 11시40분에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이에 승객들은 항공사를 상대로 1인당 70만 원의 정신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의 쟁점은 몬트리올협약상 ‘손해’의 범위에 정신적 손해도 포함되는지, 항공사가 충분한 조처를 했는지였다.
국제 항공편을 이용한 운송에 적용되는 국제 협약인 ‘몬트리올 협약’ 제19조는 ‘운송인은 승객·수하물 또는 화물의 항공운송 중 지연으로 인한 손해에 대한 책임을 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운송인이 손해를 피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모든 조치를 다 했다면 책임을 면한다.
1·2심 법원은 "몬트리올 협약이 규정한 손해는 재산상 손해 뿐 아니라 정신적 손해도 포함된다"며 "아시아나항공이 결함을 알고도 항공편 취소를 뒤늦게 결정하는 등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항공사 배상 책임을 인정해 사측의 상고를 기각했다. 다만 “(몬트리올 협약) 19조의 손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산상 손해만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정신적 손해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법률을 준거법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 역시 승객들이 장기간 운행 지연에 따른 책임을 물어 제주항공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항공사가 1인당 40만∼70만 원을 배상하도록 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