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구태경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는 현대 디지털 경제의 각종 특성이 잘 반영되도록 기업결합 심사방식을 ‘현대화’하는 내용의 ‘기업결합 심사기준’ 개정안을 마련, 15일부터 12월 5일까지 행정예고한다고 밝혔다.
14일 공정위에 따르면, 이번 개정안은 시장의 경쟁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고 디지털 경제 특유의 혁신은 더욱 촉진하기 위해, 디지털 분야 기업결합의 경쟁제한 효과와 효율성 증대효과가 균형 있게 심사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들은 기존 사업자들과는 상이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어떠한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되기도 하고, 이미 많은 이용자가 특정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해당 서비스에 대한 수요 유발 요인이 되는 ‘네트워크 효과’도 주요한 특징이다. 이러한 특징들은 이미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 실무에서 고려돼 왔으나, 심사기준에는 반영돼 있지 않아, 기업들의 예측 가능성이 크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서, 공정위는 개정안 마련 과정에서 그간의 국‧내외 법집행 경향, 학술적 논의뿐만 아니라, 디지털 경제에서의 기업결합 주요 주체인 온라인 플랫폼 기업 및 스타트업들, 그리고 관계부처 등의 의견을 폭넓게 경청하고 그 의견들도 충실히 반영했다고 강조했다.
기업결합 심사의 첫 단계는 결합 당사회사의 경쟁사업자를 식별하고 결합의 효과가 미치는 시장의 범위를 특정하는 ‘시장 획정’이다. 현행 심사기준에 따르면 A서비스 가격 인상시 B서비스로 수요대체가 이뤄지는 경우, A와 B가 경쟁사업자로서 같은 시장에 있는 것으로 획정된다.
그러나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광고를 보게 하는 유형의 디지털 서비스 제공자들에게는 이러한 방법론 적용이 어려워진다. 개정안은 이 경우 가격이 아닌, 서비스 품질 악화 등에 따른 수요대체 확인 등 다른 방법을 사용해 시장을 획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개정안은 경쟁제한 효과를 분석할 때 네트워크 효과를 고려해야 함도 명확히 했다. 디지털 서비스 공급자의 기업결합은 해당 서비스의 이용자 수나 해당 사업자가 보유한 데이터 양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우 해당 서비스에 대한 추가 수요가 유발(네트워크 효과)돼 결합기업의 시장에서의 지배력이 더욱 커질 수 있고, 그 효과가 상당한 경우 결합기업이 단독으로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도 생기게 된다. 개정안은 경쟁제한 우려 평가 시 이러한 측면도 고려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이번 개정안은 경쟁제한 우려뿐만 아니라 디지털 분야 특유의 효율성 증대효과의 사례도 보강해 기업결합의 긍정적 효과 역시 균형있게 심사될 수 있도록 했다. 기업결합 결과 혁신적 서비스가 창출되거나, 스타트업들이 인수됨에 따라 투입자본이 회수(exit)되고 신규 스타트업 창업이 이뤄지는 등의 효과가 기업결합 심사 시 고려될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도 개정안은 사모집합투자기구(PEF)의 기존 유한책임사원(LP)이 PEF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거나, 다른 LP의 지분을 인수하는 행위는 PEF 내부적 행위에 불과해 시장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 간이심사 대상으로 새롭게 포함했다.
공정위는 이번 심사기준 개정이 디지털 분야에서의 기업결합을 통한 인위적 독점력 창출 및 강화가 보다 효과적으로 방지하고, 혁신적 벤처‧중소기업과 소비자 후생을 보다 잘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업들 역시 심사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앞으로 개정되는 심사기준에 따라 디지털 분야 기업결합을 속도감 있게 심사해 나가며 기업결합을 통한 혁신창출을 적극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