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국민의힘 혁신위원회(혁신위)가 내년 4.10 총선을 겨냥해 던진 친윤(친윤석열)·지도부·영남 중진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요구에 아무도 반응하지 않자, '혁신위 조기 해산' 가능성을 내비치며 고강도 압박에 나섰다. 2호 혁신안을 내놓은 지 11일이 지난 14일까지도 무반응이 이어지자 '배수의진'을 친 것으로 풀이된다.
김경진 국민의힘 혁신위원은 14일 오전 입장문을 통해 "혁신위 발족 초기에 혁신위가 본래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면 조기 종료도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이 위원 간에 오고 간 사실이 있다"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현 시점에서 혁신위 조기 종료가 구체적으로 합의되거나 논의된 것은 없었다"라고 했다.
이는 혁신위의 제안이 지금처럼 수용되지 않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언제든지 조기 해산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읽힌다. 지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뒤 출범한 국민의힘 혁신위의 임기는 다음 달 24일까지다.
23일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된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왼쪽)가 국민의힘 중앙당사 당대표실에서 김기현 대표와 만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앞서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지난 3일 '2호 혁신안'으로 "중진,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는 의원들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아니면 수도권 지역에 어려운 곳에 와서 출마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라고 촉구한 바 있다.
지난 13일 JTBC 인터뷰에서는 "의사는 강제로 약을 환자를 먹이지는 않지만, 생사가 갈릴 때는 강제로 약을 주입한다"라며 "정말 안 되겠다 싶으면 이제 특단의 대책이 나온다"라고 말했다. 같은 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그냥) 우유를 마실래, 아니면 매를 좀 맞고 우유를 마실래 이런 입장"이라고 거듭 압박했다.
하지만 희생의 대상으로 지목된 의원들은 "서울 안 간다"라고 공개 반발하거나 "아직 시기가 아니다"라며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김기현 당 대표는 지난 9일 자신의 거취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모든 일에는 시기와 순서가 있다. 급하게 밥을 먹으면 체하기 십상이니 잘 한번 보자"라며 즉답을 피했다. 총선 인재영입위원장에 임명된 친윤 이철규(재선·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 의원 역시 지난 3일 인 위원장의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영남 중진 다 수도권 보내면 소는 누가 키우나"라며 "나한테 묻지 말고 지역 주민에게 물어보라"라고 미온적 입장을 보였다.
또한 친윤 핵심으로 꼽히는 장제원(3선·부산 사상) 의원은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창립 때부터 명예회장을 맡고 있는 지역구 산악회 행사에 버스 92대를 타고 4200명이 모였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세 과시에 나섰다. 그는 이 자리에서 "서울 가래요. 서울을 가랍니다 저보고"라며 "알량한 정치 인생 연장하면서 서울 가지 않겠다. 우리가 함께 꿈꿔온 사상 발전, 이 일을 위해 남은 인생 모든 것을 바치겠다"라고 강조했다.
장제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8월18일 이동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 방송 장악 문건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주호영(5선·대구 수성갑) 의원은 지난 8일 지역구에서 가진 의정 보고회에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0년째 상원 의원을 했는데 지역구를 옮겼나, YS(김영삼 전 대통령)·JP(김종필 전 총리)가 9선 했는데 지역구를 옮겼나"라며 "저는 서울로 안 간다. 정치를 대구에서 시작했으니 대구에서 마칠 것"이라고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런 가운데 인 위원장은 14일 제주 4·3평화공원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희생 대상으로 언급한 중진들로부터 응답이 없다'는 질문에 "시간을 좀 주면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며 "100%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절대 이름은 거명 안 했지만, 분명히 움직일 것이라고 확신한다"라며 "대한민국이 빨리 발전하는 것은 '빨리빨리' 문화 때문이지만 좀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라고 했다.
'혁신위 조기 해산설'에 대해서는 내부 논의 과정에서 나온 하나의 의견이라며 "그런 일은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인 위원장은 "여러 가지 혁신위원들의 의견이 많이 있다. 그 의견을 자유스럽게 이야기하라고, 그분들에 대해 말을 못 하게 하는 자세를 취하지는 않는다"라며 "(혁신위 활동은) 크리스마스 전에는 잘 끝내야 하고"라고 답했다.
김기현 대표도 이날 '박정희 대통령 탄신 106돌 기념식'에 참석한 뒤 취재진과 만나 "정제되지 않은 얘기가 언론의 보도되는 것에 대해서 당 대표로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라며 "질서 있는 개혁을 통해서 당을 혁신하도록 권한이 부여된 것인데 일부 위원의 급발진으로 당의 리더십을 흔들거나 당의 기강을 흐트러뜨리는 일은 아마 하지 않아야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