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미미 기자]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환경에서도 우리 식품 기업들이 연달아 호실적을 냈지만, 최근 잇따른 제품 가격인상으로 소비자 주머니에서 나온 성과가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을 동시에 받고 있다.
1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국내 라면 3사는 올 3분기 일제히 깜짝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을 거뒀다.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사진=미디어펜DB
농심은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매출이 855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 늘었다. 영업이익은 103.9% 증가한 557억 원으로 집계됐다. 순이익은 76.9% 증가한 500억 원이다.
같은 기간 오뚜기는 매출 9087억 원, 영업이익 830억 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대비 10.6%, 87.6% 상승한 실적을 기록했다.
삼양식품도 올 3분기 매출 3352억 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434억 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24.7% 늘었다.
빙그레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434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1.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654억 원으로 153.9% 증가했다. 순이익은 529억 원으로 162.4% 늘었다.
이들 기업은 수출 등 해외사업이 매출에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삼양식품의 경우 수출 물량을 모두 국내 생산하고 있으며, 3분기 매출의 70% 이상을 해외사업에서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농심 역시 3분기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미국과 중국 등 해외사업에서 거뒀다.
빙그레도 해외 수출이 지속적으로 증가세다. 주요 수출 품목은 아이스크림이다. 공시에 따르면 빙그레의 올 상반기 아이스크림 및 기타 수출은 466억 원으로 전체 수출의 60.1%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달 관세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아이스크림 수출은 약 5900만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는데, 이 중 빙그레가 60% 가까이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최근 몇 년 간 제품 가격인상을 단행한 명분과 이 같은 호실적 행진은 다소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들은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원재료 및 인건비 부담이 증가해 더 이상 내부적으로 감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해왔다.
농심 라면의 경우 대표제품인 ‘신라면’ 등 출고가를 2년 연속 인상했다. 2021년 8월에 이어 지난해 9월에도 신라면 10.9%, 너구리 9.9% 등 26개 라면 품목 가격을 올렸다.
빙과업체들도 올해 초 아이스크림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롯데웰푸드는 지난 10월1일 월드콘XQ 등 아이스크림 제품 가격을 최대 25% 올렸고, 같은 달 빙그레도 메로나 가격을 17.2% 인상했다.
주요 먹거리 가격 인상 자제를 권고해온 정부는 ‘전담 TF’를 꾸리고 물가 관리에 들어갔다.
물가 체감도가 높은 농축산물 14개, 외식 메뉴 5개 품목에 가공식품 9개 품목(빵·우유·스낵 과자·커피·라면·아이스크림·설탕·식용유·밀가루 등)까지 상시 가격 확인 대상에 포함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은 지난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가공식품은 원료의 경우 해외의존도가 높은데, 2월에 10.4%로 정점을 찍은 뒤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정 장관은 최근 기업들이 가격을 올리는 대신 양을 줄이는 등의 ‘꼼수 가격 인상’을 말하는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해 “사전에 공개적으로 알리지 않은 채 슬그머니 양을 바꾸고 표기하는 방식은 꼼수라고 본다”며 “기획재정부나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기관에서 살피겠지만, 그보다 우선돼야하는 것은 소비자단체가 먼저 나서주는 것”이라고 답했다.
[미디어펜=이미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