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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이재용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데 집중하게 기회 부탁”

2023-11-17 19:23 |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만약 이 사건에 대해 법의 엄격한 잣대로 책임을 물어야 할 잘못이 있다면 그건 내가 온전히 감당해 할 몫”이라고 밝혔다.

이재용 회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재판장 박정제) 심리로 열린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 관련 결심공판 최후 진술에서 “오랜기간 재판을 받으면서 옆의 피고인들에게 늘 미안하고 송구스러웠다. 평생 회사를 위해 헌신해 온 다른 피고인은 선처해달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6월 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중동 방문 이후 6개월 만에 네덜란드를 포함한 유럽 주요 시장 비지니스를 위해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그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문제에 대해 “회사의 존속과 성장을 지켜내고 회사가 잘 돼 임직원과 주주, 고객, 협력회사 임직원, 그리고 국민 여러분의 사랑을 받는 것이 저의 목표였다”며 “두 회사의 합병도 그런 흐름 속에서 추진됐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차원에서 제가 외국 경영자, 저희 주요 주주님들, 그리고 투자기관 관계자들과 나눈 대화 내용이 재판 과정에서 전혀 다른 의미로 오해되는 것을 보면서 너무나 안타깝고 허무하기까지 했다”고 했다.

이 회장은 “이 사건 합병 과정에서 저 개인의 이익을 염두에 둔 적이 없다”며 “더욱이 제 지분을 늘리기 위해 다른 주주분들께 피해를 입힌다는 생각은 맹세코 상상조차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와 다른 피고인들은 이 사건 합병이 두 회사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지배구조를 투명화, 단순화하라는 사회 전반의 요구에도 부응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 회장은 또 “삼성이 진정한 초인류 기업,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며 “부디 저의 모든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이어 “오랜 기간 재판을 받으면서 제 옆에 계신 피고인 분들께 늘 미안하고 송구스러웠다”며 “만약 이 사건에 대해 법의 엄격한 잣대로 책임을 물어야 할 잘못이 있다면 그것은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평생 회사를 위해 헌신해 온 다른 피고인들은 선처해 주시기 바란다”며 “말씀드릴 기회를 주시고 경청해 주셔서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검찰은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 원을 구형했다. 이에 이 회장 측 변호인단은 “삼성물산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패션부터 식음·레저·바이오까지 다각화한 회사로 거듭나면서 외형 성장을 이뤘다”며 “한쪽만 바라보는 시각에서 이뤄진 수사”라고 반박했다.

다음은 이 회장의 최후진술 전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후 진술>

지난 3년 동안 사려 깊게 심리를 진행해 주시고 저희 변호인과 피고인들에게도 충분한 변론 기회를 주신 데 대해 깊이 감사드립니다.

여기 계신 검사님들과, 7년 전부터 지금까지 수사와 재판에 관여하셨던 모든 검사님들께도 고생 많으셨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원만한 재판 진행을 위해 애써주신 차 변호님, 실무관님, 속기사님, 저 때문에 오랜 기간 고생하신 법원 경비대 관계자 여러분께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삼성 가족, 주주님,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도 많은 심려를 끼쳐드렸습니다. 면목이 없습니다.

제가 40대 중반이던 2014년 아버님께서 병원으로 쓰러지신 뒤 지금까지 너무나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세 번의 영장실질심사와 1년 6개월에 걸친 수감생활도 겪었습니다.

어느덧 저도 이제 50대 중반이 되었고 1심 재판이 마무리되는 오늘 이 자리에 섰습니다.

오늘까지 16차례의 공판이 진행되는 동안 합병과 로직스의 회계 처리과정에서 있었던 여러 일들과 목소리들을 보다 세밀하게 보고 들을 수 있었습니다.

때로는 어쩌다 일이 어떻게 엉클어져 버렸을까 하는 자책이 들기도 하고, 때로는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와 삼성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 수준은 훨씬 높고 엄격한데, 미처 거기까지 이르지 못했다는 것을 절감하기도 하였습니다.

대한민국 1등 기업, 글로벌 기업에 걸맞게 더 높고 엄격한 기준과 잣대로 회사에 있어야 했는데 많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중요한 회사 일을 처리하면서 한 번이라도 더 신경 쓰고 더욱 신중하게 살펴봤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였던 것 같습니다.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두 분 부장검사님,

저에게 많은 불찰과 부족함이 있었습니다만 그래도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외람되지만 지금 세계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그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공급망이 광범위하게 재편되고 있습니다.

생성형 AI 기술이 반도체 시장은 물론 전 세계 사업에 영향을 끼치는 등 상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기술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 일들은 사전에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오래전부터 사업의 선택과 집중, 신사업, 신기술 투자, M&A를 통한 모자란 부분의 보완, 지배구조 투명화 등을 통해 이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회사의 존속과 성장을 지켜내고 회사가 잘 되어 임직원과 주주, 고객, 협력회사 임직원, 그리고 국민 여러분의 사랑을 받는 것이 저의 목표였습니다.

두 회사의 합병도 그런 흐름 속에서 추진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차원에서 제가 외국 경영자, 저희 주요 주주님들, 그리고 투자기관 관계자들과 나눈 대화 내용이 재판 과정에서 전혀 다른 의미로 오해되는 것을 보면서 너무나 안타깝고 허무하기까지 하였습니다.

저는 이 사건 합병 과정에서 저 개인의 이익을 염두에 둔 적이 없습니다.

더욱이 제 지분을 늘리기 위해 다른 주주분들께 피해를 입힌다는 생각은 맹세코 상상조차 한 적이 없습니다.

저와 다른 피고인들은 이 사건 합병이 두 회사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지배구조를 투명화, 단순화하라는 사회 전반의 요구에도 부응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재판장님과 두 분 부장판사님 앞에서 검사님들이 주장하시는 다른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힌다든가 다른 주주들을 속인다든가 하는 그런 의도가 결단코 없었던 것만은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두 분 부장판사님,

삼성이 세계 수준의 인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삼성에 몸 담아왔던 수많은 임직원들의 헌신과 희생 덕분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애정 어린 시선으로, 때로는 비판의 눈초리로 삼성을 바라보는 주주님들과 국민 여러분의 관심과 지지 덕분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저에게는 기업가로서 지속적으로 회사의 이익을 창출하고 미래를 책임질 젊은 인재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해야 하는 기본적인 책무가 있습니다.

이병철 회장님이 창업하시고 이건희 회장님이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신 삼성을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시켜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것을 늘 가슴에 새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두 분 회장님들이 경영하실 때와 지금의 경영 환경이 많이 다르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정말 기라성 같은 글로벌 초일류 기업과 경쟁, 협업하면서 친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지배구조를 더욱 선진화시키는 경영, 소액 주주분들에 대한 존중, 성숙한 노사관계를 정착시켜야 하는 새로운 사명도 주어져 있습니다.

이러한 책무를 다하기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 붓겠습니다.

삼성이 진정한 초인류 기업,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저의 모든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끝으로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오랜 기간 재판을 받으면서 제 옆에 계신 피고인 분들께 늘 미안하고 송구스러웠습니다.

만약 이 사건에 대해 법의 엄격한 잣대로 책임을 물어야 할 잘못이 있다면 그것은 제가 감당해야 할 몫입니다.

평생 회사를 위해 헌신해 온 다른 피고인들은 선처해 주시기 바랍니다.

말씀드릴 기회를 주시고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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