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나는 거듭 강조하고 싶다. 기업은 결코 영원한 존재가 아니다. 변화에의 도전을 게을리 하면 기업은 쇠퇴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일단 쇠퇴하기 시작하면 재건하는 것은 지난하다.”
19일 서거 36주기를 맞이한 고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의 어록이다. 사업가로서 남부러울 것 없는 커리어를 자랑했던 그에게도 고민은 많았다. 특히 그는 어떻게 하면 삼성이 오래도록 살아남을 수 있을지 고뇌했다.
이병철 회장은 ‘변화’를 위해 “기업가정신과 기술개발이 없어서는 안 된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시대를 앞지르는 적확한 통찰력과 왕성한 창조적 의욕을 꾸준히 갖고 있는 경영만이 기업을 성장‧확대시키고 기업의 생명을 오래 지속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호암재단 제공
그가 내린 결론은 ‘변화’였다. “새 시대의 새로운 요구에 의한 변신을 통해 부단히 성장 발전해야한다”는 지론에서다.
이병철 회장은 ‘변화’를 위해 “기업가정신과 기술개발이 없어서는 안 된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시대를 앞지르는 적확한 통찰력과 왕성한 창조적 의욕을 꾸준히 갖고 있는 경영만이 기업을 성장‧확대시키고 기업의 생명을 오래 지속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는 격동의 한국사 속에서 삼성을 지키고 키우는 데 성공한다. 이 과정에 대해 이병철 회장은 “1950년대에서 오늘(1980년대)에 이르는 동안 삼성이 걸어온 길은 그대로 한국산업사의 구조전환의 과정이었다”고 회고한다.
실제로 이 회장은 1950년 6.25전쟁 당시 기업의 회생을 위해 분투했고, 1960년 4.19 이후에는 부정축재자로 낙인찍히기도 했다.
이후 사회가 안정을 되찾아가는 듯 했지만 1951년 5.16 군사정변 이후 대다수의 기업인들이 죄인으로 낙인찍히며, 재산의 국가 환수 조치가 시행되는 고초도 겪어야 했다.
그 과정에서도 삼성은 한 가지 사업에 성공했다고 이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성장을 이뤄냈다. 설탕과 모직 등 수입 대체 소비재를 판매하는 데에서 만족하지 않고 전자와 석유화학‧조선‧기계 등의 중공업, 정밀기계를 축으로 한 방위사업으로 확대하며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1985년 5월 21일 삼성반도체통신 기흥 반도체 2라인 준공식에서 고 이병철 선대회장(오른쪽에서 다섯 번째)과 당시 고 이건희 삼성그룹 부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제막 줄을 당기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후 반도체와 컴퓨터, 산업용 전자기기, 유전자 공학 등 당시로서 세계 최첨단의 산업 분야에 진출했다. 이는 오늘날 글로벌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토대가 됐다.
사업이 자리 잡은 후에도 그는 훗날을 걱정했다. 사업을 일으키는 것 못지않게, 이룩한 사업을 지켜가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그가 삼성의 영원을 바라는 개인적인 바람을 넘어, 삼성이 흔들리면 국가적인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짐작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실제로 이병철 회장은 “무슨 잘못이라도 생겨 삼성이 흔들리게 되면 국가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다”며 “삼성을 올바르게 보전시키는 일은 삼성을 지금까지 일으키고 키워온 일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병철 회장의 우려대로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아픔을 되풀이하고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도 삼성은 여전히 대한민국 최고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지키며 한국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이병철 회장 별세 이후 1987년 삼성그룹 2대 회장에 오른 고 이건희 선대회장은 탁월한 경영 능력과 안목으로 반도체와 모바일 등을 통해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이끌었다는 칭송을 받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1일 8일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을 찾아 MLCC 원료 제조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후 바톤을 이어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역시 안정적인 경영을 통해 ‘수성(守成)’을 해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이재용 회장은 오랫동안 사법리스크에 시달리며 경영 활동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2017년에는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수감 생활까지 해야 했고, 이후 2020년 9월부터는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 관련 재판으로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무려 7년 동안 ‘사법리스크’에 발목이 잡혀온 것이다.
그럼에도 검찰은 지난 17일 해당 재판의 결심 공판에서 이재용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 원을 구형했다. 이에 대한 재판부의 판결은 이르면 올해 안에, 늦으면 내년 초에 나올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으면 삼성의 미래 역시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영에만 집중해도 모자랄 시간에 법원에 출석하며 뺏기는 시간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이병철 창업회장이 강조한 기업의 성장과 발전에도 해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재계의 진단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이 한참 미래를 구상하고 M&A를 도모해야 할 중요한 시기에 법원에 메여있었다”며 “하루 속히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해소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