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금융권 전반에 오프라인 점포 통폐합 작업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증권사들은 고액자산가들을 위한 프리미엄 점포 운영에 계속 속도를 붙이는 모습이다. 이미 대부분의 업무가 온라인으로 가능해진 이상 대면 자산관리(WM)의 초점이 소수의 고액자산가들에게로 맞춰지고 있다.
금융권 전반에 오프라인 점포 통폐합 작업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의 오프라인 점포 숫자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증권사 국내 지점은 842개다(영업소 포함). 1년 전 899개와 비교했을 때 57곳(6.3%)이 줄었다.
이 트렌드는 이미 몇 년째 지속되고 있다. 증권사 점포수는 2019년 말까지만 해도 1026개소였지만 2020년 981개소로 떨어졌다. 이후 2021년 920개, 2022년 883개 등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원인은 말할 것도 없이 ‘디지털 가속화’다. 증권사 계좌를 새롭게 만드는 다수의 연령대가 이미 스마트폰을 필두로 하는 디지털에 익숙해진 계층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청년층의 경우 은행계좌는 물론 증권계좌 개설‧관리과정에서 오프라인 점포 방문을 아예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카카오페이증권이나 토스증권 같은 신생회사들은 오프라인 점포가 아예 없으며, 개인투자자들의 ‘메카’라 할 수 있는 키움증권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증권사 점포 트렌드에는 단순히 숫자가 줄어든다는 것 이상의 일관된 경향이 하나 더 존재한다. 남아있는 오프라인 점포의 통폐합 흐름이다. 예를 들어 미래에셋증권은 이날(20일) 명동 지점을 광화문지점과 통합하고, 삼성역점은 테헤란밸리 지점으로 통합한다. 이미 미래에셋은 지난달에도 군산‧안동‧잠실새내역‧용산‧통영 지점 등에 대한 통폐합을 단행했다.
대신증권은 내달 말 신촌·사당·광화문 지점과 여의도영업부를 합친 통합 점포를 여의도에 신설한다. 이밖에 삼성증권, NH투자증권이나 KB증권 등 대형사와 중소형사를 막론하고 통폐합 흐름은 계속 이어지는 추세다. 점포 통합은 자연히 점포의 대형화로 이어졌고, 숫자가 줄어든 대신 남아있는 점포의 외형이나 내실 모두 매우 화려해지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서울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 상가는 최근의 국내 증권사 트렌드를 잘 요약하고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는 무려 5개 증권사의 WM센터가 입점할 예정이다. 이미 유안타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이 입주를 마쳤고 KB증권이 내년 2월 이곳에 문을 열 예정이다.
서울시에 거주하는 고액자산가들이 모여 있는 반포라는 공간에 증권사 5곳의 WM센터가 격돌하는 모습은 아직까지 남아있는 오프라인 점포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즉, 이 점포들은 고연령‧고액자산을 특성으로 하는 ‘큰손’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의미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액자산가들의 특징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대면거래를 중시하고, 특히 프라이빗 뱅커(PB)의 상담을 선호한다는 점”이라면서 “앞으로도 오프라인 점포들은 양보다는 질적 측면에 방점을 두는 방식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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