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한 풀 꺾였다는 이야기가 돈다. 2차 전지(배터리) 회사들도 증산 속도를 조절한다는 소식도 나온다. 하지만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은 지금 이 순간에도 성장하고 있다. 잠시 주춤한 성장세는 이번 과도기를 거치면 다시 솟아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미디어펜은 미래 신성장동력 중 하나인 전기차 분야(배터리·완성차)의 가능성을 진단해 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조성준 기자]최근 전기차 시장이 늘지 않는 수요로 성장 둔화를 맞으며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인프라 부족과 최근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까지 맞은 배터리 업계는 맞춤형 대응 전략을 펼치고 있다.
20일 SNE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에 등록된 전기차는 약 1377만 대로 전년(1054만 대) 대비 30.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전기차 성장률이 61.3%였던 것에 비해 성장세가 절반으로 떨어졌다.
전기차·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올해 들어 다소 둔화된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전기차로의 전환이라는 대세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사진=현대자동차 홈페이지 캡처
전문가들은 전기차 시장 수요가 꺾였다기보다는 일종의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 종류가 많아지고, 장단점이 소비자에게 알려지면서 일종의 과도기를 거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전기차로의 전환이라는 중장기적 대세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전기차 시장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주 요인 중 하나는 2차 전지(배터리) 가격에 있다.
이에 우리나라 배터리 3사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상용화를 통해 프리미엄·중저가 배터리 이중 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며, 현대자동차그룹도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개발을 진행해 배터리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다.
◇ 배터리 시장 확대 여전…중저가 배터리 인기↑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최근 성장세가 둔화됐지만 성장 동력은 여전하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035년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이 6160억 달러(815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2015∼2017년 1% 안팎에 불과했던 전기차 침투율(전체 차량 판매 규모 대비 전기차 비중)은 지난해 13%를 기록하며 급성장했다.
전기차 내부 배터리 조감도./사진=현대자동차 홈페이지 캡처
자연스레 배터리 수요도 늘어 2015년 28GWh(기가와트시)였던 규모가 지난해 492GWh 수준으로 폭증했다.
이처럼 전기차와 배터리 성장 가능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비싼 전기차 가격에 대한 소비자 불만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차량 판매 단가의 약 40%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배터리 가격이 하락하면 전기차 가격도 떨어질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을 파고든 것이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중국산 LFP배터리다.
최근 중국산 배터리는 비중국 시장에서도 우리나라 배터리 3사의 사용량을 따라잡을 만큼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 LFP 만들고 리튬이온 업그레이드…소비자 맞춤형 대응
국내 배터리 3사는 이에 LFP 배터리 개발을 진행 중이다. 3사 모두 구체적인 상용화 시점은 나오지 않았지만 대략 2025년을 전후로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3사는 중국 CATL의 LFP 배터리보다 품질이 좋은 LFP배터리를 출시한다는 목표다. 광물 함량을 조정해 가격은 낮추면서도 중국산보다 에너지밀도가 높은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LFP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 선두주자인 배터리 3사 입장에서는 개발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따라서 국산 LFP 배터리가 출시될 경우 무난하게 중국산보다 앞선 성능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배터리 3사는 LFP 배터리를 개발해 중저가 배터리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저렴한 배터리는 결국 전기차 판매가를 낮추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더욱 폭넓은 선택지를 제공해줄 수 있게 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3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전기차용 LFP 배터리를 2026년부터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삼성SDI도 2026년부터 LFP 배터리 양산계획을 언급하며, 별도 생산라인 구축을 검토하기로 했다.
SK온은 지난 3월 ‘인터배터리 2023′에서 국내 배터리 업계 최초로 전기차용 LFP 배터리 시제품을 공개하며 이미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SK온이 지난 3월 2023인터배터리에서 공개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시제품 모습./사진=조성준 기자
현대차그룹도 복수의 국내 중견기업과 협력해 LFP 배터리 자체 개발에 나섰다.
현대차그룹은 배터리셀 용량을 LFP 배터리로는 업계 최고 수준인 60암페어(Ah)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에너지 밀도는 300와트시(Wh)/Kg 수준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배터리 업계는 LFP 배터리 등장으로 프리미엄 라인으로 올라선 리튬이온 배터리 고품질 차별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LFP 배터리가 리튬이온 배터리의 성능을 따라잡을 수 없을 뿐더러 특히 전기차 선도 권역인 유럽 시장에서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수요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3사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이들 업체들은 R&D 비용으로 총 1조7874억 원을 사용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3사 합산 R&D 비용 1조5884억 원 보다 12.5% 증가한 수준이다.
배터리 3사는 R&D 비용을 리튬이온 배터리 고용량·고안정·장수명 구현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삼성SDI의 경우 게임체인저를 꿈꾸며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성장세에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면서 "배터리 업체들이 고품질에 가격은 낮추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어 전기차 매력을 상승시킬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