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보름새 약 3조 5000억원 늘어났다. 전세자금대출·보금자리론 등 정책성 대출자금이 급증한 여파인데, 신용대출도 증가세를 보였다. 한편으로 최근 은행채 발행 급증으로 대출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대출신청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6일 현재 약 689조 5581억원으로 10월 말 약 686조 119억원 대비 약 3조 5462억원 늘었다. 이는 올해 월간 기준 최대 증가폭인데, 아직 기간이 보름여 남은 만큼 대출잔액은 더욱 불어날 전망이다.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보름새 약 3조 5000억원 늘어났다./사진=김상문 기자
항목별로 살펴보면 주택담보대출이 3조 4175억원 증가했고, 개인신용대출도 3107억원 늘어나면서 두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반면 은행이 판매하는 전세자금은 2135억원 줄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제공하는 전세보증금대출·보금자리론 등 정책 모기지 수요가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월세대출 기금이 고갈되다보니 최근 은행 돈으로 대출을 메우고 있는데, 그 수요들이 (대출잔액에) 직접적으로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상 정책 모기지는 정부 기금을 이용하는 상품인 만큼,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에 반영되지 않는다. 하지만 보증기금이 바닥나면서 이를 은행들이 '선처리 후보전'하는 식으로 대출공백을 메우고 있는 것이다. 이례적인 상황인 것이다.
대출잔액이 급증하는 가운데 채권금리는 여전히 높은 편이다. 이날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금융채 무보증 AAA 5년물 평균금리는 17일 연 4.279%를 기록했다. 올해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달 26일 4.810%에 견주면 0.531%포인트(p) 급락하며 꽤 안정된 상황이지만, 최저치였던 지난 4월 10일 3.810%에 견주면 약 0.469%p 높다. 5년물은 최근 시중은행이 주담대 혼합형금리(5년 고정금리 후 변동금리 전환) 상품의 준거금리로 활용하고 있다.
전세대출에 주로 활용되는 2년물과 6개월물 금리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2년물 금리는 지난 17일 4.100%를 기록했는데, 이는 연중 최고치였던 10월 4일 4.489% 대비 0.389%p 낮고, 연중 최저치였던 2월 3일 3.568% 대비 0.432%p 높다. 2년물 금리는 지난달 26일 4.463%를 기점으로 꾸준한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6개월물 금리는 지난 17일 4.075%를 기록하며 연중 최고치였던 이달 13일 4.108% 대비 약 0.033%p 하락하는 데 그쳤다. 연중 최저치였던 4월 14일 3.471% 대비 약 0.604%p 높다.
문제는 은행채 순발행액(발행액-상환액)이 갈수록 증가해 금리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금투협에 따르면 은행채 순발행액은 17일 현재 6조 596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달 7조 5393억원 순발행액 대비 87%에 달하는 수치다. 통상 은행채 발행량이 늘어나면 은행채 금리가 올라 조달비용이 늘어나게 되고, 결국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올해 은행채는 대체로 순상환 기조를 보였으나, 8월부터 발행물량이 상환물량을 앞지르면서 순발행액이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지난달부터 은행채 발행 한도 제한을 풀면서 은행들이 채권 발행으로 대출자금을 마련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전달에는 7조 5393억원 순발행돼 올해 최고치를 경신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채권금리가 최근 다소 진정세를 보이고 있어 대출금리가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변동형 대출금리는 자금조달비용지수(코픽스·COFIX)의 추가 상승으로 일제히 상향조정됐다.
한 관계자는 "작년 이맘때 정부가 채권 발행을 못하게 했기 때문에 당시에 비하면 (발행량이) 굉장히 많이 늘었다"면서도 "요즘 금리가 주춤하는 분위기인데, 올 연말이나 내년 초 금리가 정점을 찍을 것 같다. 내년 초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봐야 하겠지만 (고금리가) 장기화될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대출금리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임에도, 대출잔액은 연말까지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최근 전세 대신 월세로 가는 경우도 많지만 월세보증금을 마련하려면 전세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며 "통상적으로 12월이 이사철인 만큼, 대출잔액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