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기업가 정신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건 쉽지만 모두 다 기업가가 될 순 없다. 사업이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과 추진하는 감은 재능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예체능과 마찬가지로 노력도 중요하지만 타고난 능력이 우선 돼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해내고 있는 기업가들이 있기에 한국 경제가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고 지금도 발전 중이다.
다만 기업가들이 그만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에 대해선 물음표가 붙는다. K-POP 스타나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선수에겐 선망의 시선을 보내지만, 기업인들에겐 차라리 무관심이 나을 정도로 악의적인 시선이 많다. 다행히 MZ세대라 불리는 젊은이들 사이에선 이 회장이 ‘셀럽’으로 추앙받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정치인들 사이에선 ‘기업이 악’이라는 프레임이 보편적이다.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아틀라스처럼 경제를 떠받치고 있음에도 인정은커녕 희생만 강요당하는 기업가들의 이야기를 다룬 아인랜드의 소설 ‘아틀라스’가 여전히 읽히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이 소설은 기업가와 지식인들이 사회의 부당한 대우에 파업을 선언하고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는 아틀란티스로 떠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국 경제의 큰 축을 책임지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그간 겪어야 했던 고충을 보면 소설 속 아틀라스가 간절해진다. 지난 2016년 말부터 시작된 그의 ‘법원 출근’이 2023년이 된 지금도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국정농단 사건에 이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부당합병 의혹으로 법원에 출석해야 했던 그는 최근 검찰로부터 징역 5년과 벌금 5억 원을 구형 받았다.
해당 재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이재용 회장의 승계를 위한 잘못된 작업’이었다는 일부 시민단체의 의혹에서 출발했다. 지난 정부 때 이를 주장하는 시민단체 출신들이 주요 요직에 임명되면서 공공기관의 판단이 번복됐고, 그들의 집요함은 결국 이재용 회장을 또 다시 법정에 세우게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지난 2014년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쓰러진 후 9년 간 1인자로 삼성을 이끌어 왔지만, 아직까지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일각에선 그의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갖기도 하지만, 보여줄 시간이 없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다. 미래를 도모해야 할 중요할 시간 대부분을 법원에 할애했으니 당연할 결과다.
한국 경제를 위해 이 회장의 잘못을 눈 감아달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잘못이라고 규정하는 승계가 실제로 잘못된 것인지 제대로 따져보자는 이야기다. 이 회장이 법정에 서게 된 배경에는 승계 문제가 전제돼 있다. “‘부의 대물림’의 상징인 승계가 잘못됐다”는 논리에서 출발한 거다.
실제로 국정농단은 이재용 회장의 승계를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경제 공동체인 최서원의 딸에게 말을 빌려줬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었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문제 역시 승계가 연관돼 있다. 승계를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것이 검찰의 주된 논리인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자신이 가진 것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이 왜 잘못이 돼야 할까. 그것을 막으려는 제도가 인간의 본성에 반하는 것이고, 인간의 본성에 반하는 제도는 잡음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이재용 회장의 승계는 대통령이나 합병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 아닌 내부의 합의 하에 이루어진 결과일 뿐이다.
그 자연스러운 과정을 문제 삼고 수년 간 법원에 묶어두는 것은 시간 낭비다. 지금 이 회장이 해야 할 일은 법원에서 자신의 승계가 정당했음을 입증하는 것이 아닌 삼성이라는 기업을 지키는 일이 돼야 한다. 삼성을 지킨다는 것은, 11만 명 임직원의 일자리와 그의 가족들 생계를 지킨다는 것이고, 종국에는 한국 경제를 책임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중요한 것은 아직 이 회장이 그 시험대에도 오르지 못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그에 대한 비판은 혹여 그가 삼성을 잘못된 길로 이끌었을 때 해도 늦지 않다. 말로 훈수를 두는 것과 그 일을 실제로 행해야 하는 사람의 입장은 하늘과 땅 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내고 있는 이 회장에게 날개를 달아주자. 우리가 할 일은 그것밖에 없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