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 내년 4.10 총선을 앞두고 '스타 장관'으로 불리는 한동훈 법무부장관(법무장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국토부장관)이 총선에 도전할 뜻을 직간접적으로 밝히면서 정치권 안팎이 술렁이고 있다. 두 명의 '톱스타' 현직 장관의 등판이 지지부진한 지지율과 수도권 인물난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집권 여당 국민의힘의 '필승 카드'가 될 지 관심이 쏠린다.
한동훈 장관은 지난 17일 '보수의 심장' 대구 방문을 시작으로 21일엔 대전을 오는 24일엔 울산을 방문하는 등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한 장관은 가는 곳마다 구름 인파를 몰고 다니며 톱스타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대구 방문 당시 그는 밀려드는 시민들의 사진 촬영 요청에 서울행 열차 탑승 시간을 3시간 미뤄가며 일일히 응하기도 했다. 한 장관은 이날 총선 관련 질문에 "의견은 많을 수록 좋다"며 "총선이 국민 삶에 중요한 것은 분명하다"라고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지난 21일 대전 방문 시에는 "여의도에서 300명만 쓰는 고유의 화법이나 문법이 있다면 그건 '여의도 사투리' 아니냐"라며 "나는 나머지 5000만 명이 쓰는 문법을 쓰겠다"라고 말해 사실상 총선 출마를 시사했다. 이날도 어김없이 한 장관을 향한 시민들의 사진, 사인 요청이 쏟아졌다. 한 장관과 사진을 찍으려는 인파가 인도를 가득 메울 정도였다. 한 장관은 "시간이 많다"며 지지자들과 소통을 이어갔다.
한 장관은 이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표를 향한 날 선 비판도 이어갔다. 그는 민주당이 추진 중인 '검사 탄핵'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만약 어떤 고위 공직자가 공직 생활 내내 세금을 빼돌려 일제 샴푸를 사고 가족이 초밥 먹고 소고기를 먹었다면 그게 탄핵 사유가 되느냐는 질문에 (민주당이) 답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저는 그 정도는 (탄핵이) 된다고 생각한다. 헌법재판소에서 그 정도는 인용할 것 같다"라고 이재명 대표를 정면 겨냥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왼쪽)이 2023년 7월 26일 국회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출석에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오른쪽)이 2023년 11월 21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노후계획도시 정비특별법 연내 통과 촉구를 위한 주민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한 장관과 함께 '대장동 1타 강사'로 맹활약한 원희룡 장관의 움직임도 좀 더 빨라지고 있다. 원 장관은 지난 21일 "국민과 우리 당을 위해서 필요로 되는 일이라면 어떠한 도전과 희생에도 저는 적극 나서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라며 험지 출마 뜻을 밝혔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 원 장관의 출마설도 나온다. 원 장관은 관련 질문에 "깊은 검토와 당과의 논의를 해야 정해질 수 있다"면서 구체적 답을 내놓지 않았다.
만약 원 장관이 인천 계양을에서 이 대표와 맞붙어 승리하게 된다면 대선 주자로서의 체급을 단숨에 끌어 올릴 수 있다. 특히 원 장관은 지난 대선에서 '대장동 1타 강사'로 활약하며 이재명 저격수 역할을 톡톡히 했다. 국토부장관 임명 뒤에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의 여사의 '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을 제기하는 민주당에 "한판 붙자"라며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이 지역은 2004년 분구된 후 7차례 국회의원 선거(보궐 포함)에서 진보진영 정당이 6차례 승리한 곳으로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험지 중 험지다.
국민의힘은 두 스타 장관의 등판을 대부분 반기는 분위기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경기 김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장관이 가지고 있는 많은 훌륭한 자질이 대한민국을 위해 잘 발휘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라며 한 장관 출마에 힘을 실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도 이날 한 장관과 1시간 간격으로 대전을 방문(KAIST)해 "장관들이 슬슬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혁신에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원 장관이 험지 출마를 시사한 데 대해선 "고마워서 눈물이 난다. 참 멋진 분이다"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5선 중진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한 장관을 향해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지게 된다면 윤석열 정부도 사실상 마비된다"며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일이야말로 한동훈 장관에게 주어진 일 중 으뜸가는 중요한 일"이라고 출마를 촉구했다. 서 의원은 "(한 장관 등의 출마설로) 국민의힘도 참으로 오랜만에 들썩이고 있다"라며 "30%대 박스권에 갇혀버린 윤석열 대통령이나 국민의힘 지지도를 뚫어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라고 덧붙였다.
서 의원은 험지 자진 출마를 언급한 원 장관에 대해서도 "한 장관만이 아니다. 가장 어려운 상대와 싸우겠다며 사실상 선언한 사람도 있다"라며 "거론되는 누구든지 다 불러들여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당의 스펙트럼을 넓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한동훈, 원희룡 둘 다 총선판을 흔들 수 있는 인물들"이라며 "특히 한동훈 장관 같은 경우 사람들이 차기 (대권)주자라고 생각을 한다. 그런 측면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일반적으로 집권 4~5년차 정도에 차기 주자들이 결정이되는데 그 주자가 앞에 나가서 선거를 진두지휘하게 될 경우 일반적으로 회고형(정권심판형) 투표가 아니라 전망형(미래 가치 판단 전망형) 투표가 된다. 한 장관이 비록 3년 차에 치러지는 선거지만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면 판은 뒤집어질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