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찰스 3세 국왕의 초청으로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리시 수낙 영국 총리와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다우닝가 합의'(Downing Street Accord)에 서명하고 나섰다.
이 '다우닝가 합의'는 한국·영국, 양국 관계 발전 청사진 및 이행 계획을 제시했고 양국 정상이 이날 정상회담의 결과로서 직접 서명·채택했다. 또한 정상회담이 이루어진 영국 총리 관저의 별칭(10 Downing Street)에서 차용했고, 법적 구속력 없는 정치적 합의 문서(political document)다.
이번 '다우닝가 합의'는 한국과 영국의 경제·안보 협력을 한단계 더 도약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합의는 본문 13개 단락과 총 45개 과제로 이루어진 이행계획을 하나씩 제시하고 열거하고 있다.
우선 한-영 외교관계 수립 140년 및 6.25전쟁 정전 70주년을 기념해 기존 양국 관계를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켰다.
찰스 3세 국왕의 초청으로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에서 리시 수낙 총리와 '다우닝가 합의'에 서명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11.23 /사진=연합뉴스
여기에는 양국의 민주주의, 법치, 자유, 인권, 성평등, 경제안보, 개방적이고 공정한 무역,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공동 의지를 강조함과 동시에 양국의 오랜 협력관계와 공동가치 기반, 새로운 글로벌 도전과제 대응을 위한 협력 의지를 확인했다.
또한 2024년부터 2025년까지 한국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 진출을 바탕으로 유엔 안보리 내 협력 강화, G20 및 G7 등 다자무대에서 파트너십 강화를 담고 있다.
둘째로는 이번 '다우닝가 합의'에서 양 정상은 한반도, 우크라이나, 인도태평양, 중동 등 주요 지역 정세에 대한 공통 입장을 확인하고 협력 의지를 천명하고 나섰다.
북한의 핵·미사일 규탄을 비롯해 북한 비핵화 및 대화 복귀 촉구, 러북 무기이전 규탄, 북한인권 관련 협력,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 지지까지 내용으로 삼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규탄, 우크라이나 평화회복·재건 지원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함과 동시에 인도태평양 지역 투명성 및 개방성 증진, 대만해협 평화와 안정 강조, 남중국해·동중국해의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를 반대한다.
특히 이번 다우닝가 합의는 3대 협력 분야를 구체적으로 규정한 것을 특징으로 삼는다.
양 정상은 합의를 통해 ①개방적이고 회복력 있는 국제질서 강화를 위한 안보협력 심화, ②규칙기반 경제질서·번영·안보를 위한 기술역량 강화 및 교역·투자 증진, ③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기후·개발협력 분야 협력 의지 재확인이 3대 협력 분야다.
또한 다우닝가 합의에서 이행계획 내용으로는 ①국제질서 강화 분야에서 국방안보 협의 강화, 군대간 상호운용성 증진 위한 합동 훈련, 방산 공동수출 협력, 대북 제재 이행 위한 한-영 공동순찰, 사이버위협 대응 역량 강화, 인도태평양 지역 해양안보 관련 정보 공유 등이다.
이와 함께 ②경제질서·번영·안보를 위한 기술역량 강화 및 교역·투자 증진 분야에서는 과학기술 파트너십 강화, 통신공급망 다변화, 반도체 협력 프레임워크 체결에 기반해 공급망 회복력 증진을 위한 협력 강화, AI 등 신흥기술 관련 규범 원칙 발전, 우주협력 구축, 기초과학 진흥 협력, 바이오 분야 협력 증진, 인공지능 국제거버넌스 발전 위한 협력 강화, 한영 FTA 개선 협상 개시, 한영 경제금융 대화체 신설, 경제분야 고위급 공조 강화, 정부간 투자협력 채널 구축, 한영 공급망 대화 설치, 핵심 공급망 회복력 촉진 등을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③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기후·개발협력 분야에서는 청정에너지 보급 가속화, 비즈니스 파트너십 구축, 청정에너지 고위급회의 연례 개최, 광범위한 원전 협력 확대, 탄소중립 가속화, 무탄소에너지 구상에 대한 지지 기반 확충, 핵심광물 공동 실무그룹 설립 후 정보공유, 다자 협의체 통한 기후목표 달성 협력, 녹색기후기금 기여 증대, 핵융합에너지 발전 협력 등을 그 내용으로 한다.
이번 '다우닝가 합의'를 통해 양국 관계는 수교 140주년을 맞아 국방, 경제, 미래 협력 등을 망라한 분야에서 최고 수준으로 도약했다.
앞서 양국이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3년 '포괄적·창조적 동반자 관계'에 합의한 지 10년 만의 격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