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올해 3분기 가계 빚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은행권을 상대로 한 정부의 '이자장사' 경고에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다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은행채 금리가 하락한 가운데 정부가 '상생금융'을 이유로 은행권에 금리인하 및 이자감면 등을 주문하면서 가계대출 수요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은행채 금리가 하락한 가운데 정부가 '상생금융'을 이유로 은행권에 금리인하 및 이자감면 등을 주문하면서 가계대출 수요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사진=김상문 기자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의 상생금융안 마련 압박에 은행권이 연말까지 금리인하 등 상생금융 지원 방안과 규모를 확정하기로 한 가운데 정부의 저금리 정책금융이 대출수요를 자극해 가계부채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시중은행에선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하단이 다시 연 3%대로 떨어졌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 22일 기준 주담대 고정금리(5년 혼합형)는 연 3.86~6.177%로 집계됐다. 주담대 최저금리가 연 3%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 9월 이후 2개월 만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고정금리도 이날 기준 연 3.986~5.369%로 금리 하단이 3%대로 떨어졌다.
대출금리가 떨어진 것은 주담대 고정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가 최근 하락한데 다가 당국의 이자장사 지적에 은행권이 가산금리를 인하한 결과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4.8%까지 올랐던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 23일 기준 4.2%대로 떨어졌다. 우리나라 은행채 금리는 미국 국채 금리의 영향을 받는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물가 둔화에 금리 인상 종료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미 국채가 하락한 결과가 반영된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정부가 저금리를 기조로 한 금융정책을 쏟아내면서 가계대출 수요를 자극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연말까지 자영업자·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이자감면 등을 포함한 상생금융안을 마련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또 정부와 여당은 34세 이하 무주택 청년이 청약통장에 가입해 주택을 분양받으면 연 2%의 주담대를 받을 수 있는 정책을 추진중이다.
당국이 은행권에 가계대출 수요 억제를 압박하면서도 저금리 정책을 쏟아내는 '갈지자 행보'를 보이면서 내년 총선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미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3분기 1875억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 주택매매 관련 자금 수요가 늘면서 정책모기지 취급을 중심으로 주담대가 늘었기 때문이다. 한은이 발표한 '3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전 분기 말보다 14조3000억원이 늘어난 1875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주담대는 직전 분기 대비 17조3000억원 늘어난 1049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21년 3분기 최대 증가치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부채가 완전히 잡히지도 않았는데 금리를 낮추면 대출수요를 자극할 수 밖에 없다"며 "서민과 직결된 경제·금융정책이 내년 총선을 위한 '총선용 포퓰리즘'으로 전락되선 안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