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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ELS 쇼크…악재 쌓이는 은행권‧금투업계

2023-11-29 11:06 | 백지현 기자 | bevanila@mediapen.com
[미디어펜=백지현‧이원우 기자] 내년 상반기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를 판매한 시중은행과 증권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시중은행에서 판매한 홍콩H지수 연계 ELS 중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판매 잔액은 8조4100억원으로 추정된다. 증권업계 역시 이번 사건이 증권사들의 수익성 개선에도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내년 상반기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를 판매한 시중은행과 증권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사진=김상문 기자



29일 은행권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홍콩H지수 급락에 따른 ELS 여파가 금융권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사태의 근원은 지난 2021년 1분기와 비교했을 때 H지수가 ‘반토막’ 수준으로 폭락했다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상품 설계구조와 현재 주가 수준을 고려할 때 만기 도래 시 3조~4조원 대의 원금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LS는 기초자산 가격이 설정일 대비 45~65%이하로 떨어진 상태에서 만기를 맞을 경우 최대 100%의 원금손실이 날 수 있는 파생상품이다. 홍콩H지수는 지난 2021년 2월과 비교했을 때 50% 넘게 하락한 6000포인트 부근에 머물러 있다. 만기는 다가오는데 지수는 반등할 조짐이 없어 손실 가능성이 나날이 커지는 상태다.

이번 사태의 중심에는 시중은행들이 있다. ELS 상품 구조가 상당히 복잡한데, 고객들에게 충분한 설명이 이행되지 않은 채 판매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먼저 나온다. 현행 금융소비자보호법은 판매사가 상품의 위험설명을 충실하게 하지 않았을 경우 불완전판매로 간주한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제재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이미 금융당국은 홍콩 H지수 연계 ELS 판매 은행의 현장조사에 나선 가운데 은행들은 불완전판매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에 대비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관련 대책을 검토 중이다.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농협은행은 지난달 ELS 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주가연계 파생상품 중에는 원금 보장이 가능한 주가연계 파생결합사채(ELB)만 판매 중이다. 은행권에서 ELS 판매 중단 조치를 내린 것은 농협은행이 처음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전국 각 지점에 손실 발생 우려가 커지고 있는 ELS 상품과 관련해 판매를 중단하라는 공문을 내려 보냈다”면서 “현재 주가연계 파생상품 중에는 원금이 보장되는 주가연계 ELB만 판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지수가 회복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관련 TB를 구성해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태를 바라보는 증권사들 역시 긴장된 모습이다. ELS 사태가 계속 커질 경우 은행 다음으로 증권사가 뭇매를 맞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사진=김상문 기자

  

문제의 초점은 불완전판매의 범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로 좁혀진다. 통상 고객들이 금융기관에 직접 방문해서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경우 직원 측의 복잡한 설명을 경청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다. 그보다는 직원들이 안내해 주는 대로 기계적인 대응을 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게 사실이다. 

따라서 당국이 현장의 관행을 어느 정도까지 인정하느냐에 따라 불완전판매의 범위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은행들 역시 과거에 비해 투자위험 설명이나 녹취과정 등이 훨씬 까다롭게 이행되고 있기에 불완전판매는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금융감독원은 지난 20일부터 KB국민은행을 대상으로 현장 점검에 나서는 한편 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에 대해서도 서면조사를 진행 중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홍콩 H지수 연계 ELS 관련 손실 확대 우려에 대해 "금감원에서 불완전 판매 이슈 등을 보고 있으니 (조사) 결과가 나온 뒤 제도적으로 무엇을 보완할 필요가 있는지, 아니면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사태를 바라보는 증권사들 역시 긴장된 모습이다. ELS 사태가 계속 커질 경우 은행 다음으로 증권사가 뭇매를 맞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분기 주요 증권사들의 홍콩H지수 연계 ELS 발행규모는 5조1739억원 수준이다. 

회사별로 보면 이 기간 발행금액 1위는 한국투자증권으로 9609억원어치를 발행했다. 그 뒤로 신한투자증권이 8049억원, 미래에셋증권 7294억원, KB증권 5984억원, 메리츠증권 5978억원, 삼성증권 5948억원 등의 순서가 이어진다.

이번 사태로 ELS 시장의 위축은 어느 정도 불가피해 보인다. 이는 증권사들의 수익성에도 적신호가 추가됐다는 의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ELS 발행이 회복되는 추세였지만 다시금 침체가 불가피해 보인다”면서 “대다수 증권사들이 수익모델 다변화에 힘쓰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활로가 하나 막힌 셈”이라고 우려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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