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구태경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이키, 샤넬, 에르메스 등 3개 유명브랜드 이용약관을 심사해 재판매 금지조항 등 불공정약관 시정에 나섰다. 이로 인해 당근마켓 등 리셀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샤넬 매장을 입장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소비자들 모습./사진=미디어펜 이서우 기자
29일 공정위는에 따르면, 이번에 시정조치한 주요 불공정 약관은 △재판매 목적의 구매를 제한하거나 구매 이후 재판매를 금지하는 조항 △고객의 콘텐츠를 무단으로 사용하여 저작권을 침해하는 조항 △귀책사유를 불문하고 사업자를 면책하는 조항 △포괄적 사유에 의한 사업자의 계약이나 주문 취소 조항 등이다.
또한 △고객의 주문 취소 불가 조항 △약관에 동의함으로써 개인위치정보를 이용한 서비스 제공에 동의를 표명한 조항 △사업자의 손해배상 범위를 일정 손해로 제한하는 조항 △중요 약관 변경시 통지를 생략하고 고객의 동의를 간주하는 조항 △고객에게 불리한 소송 및 중재 조항 △부당한 재판관할 조항 등도 포함됐다.
최근 ‘MZ세대’로 불리는 젊은 소비자들의 명품선호 증가현상 등에 따라 온라인을 통한 명품 거래가 증가하고 있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 명품시장 규모는 58억 달러(약 7조 3000억원)로 세계 10위이며 2020년(44억 달러) 대비 29.6%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오랜 기간 오프라인 위주의 판매를 보이던 명품브랜드도 온라인으로의 소비 전환 흐름에 맞춰 우리나라에서 공식온라인몰을 오픈하는 등 D2C(Direct to Consummer, 중간 유통단계 없이 제조업체 채널을 활용해 소비자와 거래하는 형태)로의 온라인 판매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MZ세대를 중심으로 한정판 등 희소성 있는 인기 제품을 구매한 후 재판매하는 리셀시장이 활성화되면서 국회나 언론 등에서 유명브랜드의 재판매 금지 약관에 대한 지적도 많았다.
이에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명품플랫폼의 불공정약관 시정에 이어, 소비자들이 웹사이트를 통해 직접 유명브랜드 제품을 구매할 경우에 적용되는 약관을 직권으로 검토해 재판매금지 조항을 비롯한 10개 유형의 불공정약관을 시정한 것이다.
주요 불공정약관을 보면, 고객이 재판매목적으로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 계약취소, 회원자격박탈 등 고객의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조항이 있었다. 실제로 나이키 이용약관에는 ‘귀하가 리셀러이거나 귀하의 주문이 재판매 목적으로 판매될 것이라고 당사가 믿는 경우 당사는 판매 및 주문을 제한, 거절 또는 거부하거나 계약을 취소할 권한 보유’라고 명시돼 있으며, 샤넬 역시 ‘회원이 구매패턴 상 재판매 목적이 합리적으로 추정되는 경우 회원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라고 기재돼있다.
사업자들은 재산가치가 인정되는 명품의 특성상 제품을 선점해 구매한 후 더 비싼 값을 받고 재판매해 다른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를 차단할 필요에서 해당 조항들을 뒀다고 소명했지만, 구매자는 자신의 물건을 계속 보유할지 중고거래 등을 통해 처분할지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하고, 구매 이후 제3자와의 계약을 무조건 제한하는 조항은 약관법상 문제가 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더욱이 해당 조항들은 ‘재판매목적’의 구매인지 여부를 ‘사업자의 판단’에 의하도록 한 만큼, 자의적으로 적용될 소지가 있어 부당하다는 것이다.
또한, 고객의 상품평 등 소비자가 작성한 콘텐츠를 사업자가 무단으로 사용하는 등 저작권을 침해하는 조항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봤다. 대표적으로 사업자가 회원 동의 없이 회원의 게시물 수정 등 편집할 수 있게 하거나, 사업자에게 회원의 콘텐츠를 광범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라이선스(수정, 2차 라이선스 배포, 양도 등)를 부여하면서 모든 권리를 배타적 또는 영구적으로 부여하는 조항이 있었다.
특히 공정위는 사업자의 귀책사유를 불문하고 일체의 책임을 배제한다는 조항에 대해서도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예를 들어, 보수·점검을 위한 서비스 중단 등 회사의 조치로 인한 손해, 계열사 등에 의해 발생한 손해, 제3자의 제품 대리수령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 등 고객의 손해가 발생한 때 사업자의 개입 여부, 책임 정도를 따지지 않고 무조건 책임지지 않는다는 조항이 문제가 됐다.
이외에도 사업자에 대해서는 포괄적 사유에 의해 자의적으로 계약이나 주문을 취소할 수 있게 한 반면, 고객의 경우에는 주문 시점에서 30분 이내에만 주문을 취소할 수 있게 하거나 보류․유보 중인 주문은 취소할 수 없도록 해 계약 당사자간 불균형한 내용을 담은 조항도 시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사 과정에서 사업자들은 모두 불공정 약관조항을 자진 시정했다”면서 “국민들의 소비트렌드 변화에 따른 새로운 시장에서의 불공정약관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