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연 3.50% 수준에서 7연속 동결했다. 미국의 긴축이 사실상 종료됐다는 평가에도 국내 경기상황, 가계부채 증가세 등을 고려해 관망세를 유지했다는 분석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한은은 30일 오전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금통위 정례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3.50% 수준에서 동결했다. 한은은 올해 1월 연 3.25%에서 3.50%로 인상한 이후 현재와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 전망대로 금리가 동결되면서 기준금리는 7연속 동결을 이어가게 됐다.
연준이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연준의 긴축이 사실상 종료됐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한은이 추가 인상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준은 지난 1일(현지시간) 이틀에 걸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성명을 통해 현행 5.25~5.50% 수준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연준은 지난해 3월부터 40년 만의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총 10회 연속 정책금리를 인상하며 제로금리를 5%대로 끌어올렸다가, 지난 6월 15개월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동결했다. 이후 7월 0.25% 포인트 인상에 나섰고 9월과 이달 두 차례 연속 동결카드를 꺼냈다. 시장에선 소비자물가 상승세 둔화로 연준이 사실상 긴축 싸이클에 마침표를 찍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국내 저성장·고금리 기조 속에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 등을 고려할 때 한은이 금리를 조정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주요 경제전망 기관들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데 이어 내년 경제전망 역시 밝지 않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고금리 장기화로 가계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국제유가 상승과 중국의 부동산경기 위축 등도 우리 경제 성장세를 지연시킬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3분기 1875조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 주택매매 관련 자금 수요가 늘면서 정책모기지 취급을 중심으로 주담대가 늘었기 때문이다. 한은이 발표한 '3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전 분기 말보다 14조3000억원이 늘어난 1875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주담대는 직전 분기 대비 17조3000억원 늘어난 1049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21년 3분기 최대 증가치다.
한편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4%로 유지했다. 다만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2.2%에서 0.1%포인트 내린 2.1%로 제시했다. 또한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기존 3.5%와 2.4%에서 3.6%와 2.6%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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