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메리츠증권이 국내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판매한 미국 가스전 펀드가 ‘전액손실’ 처리되면서 기관 간 소송전이 시작됐다. 우선 KDB생명이 지난달 30일 메리츠증권과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교원그룹과 한국거래소 역시 송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사태가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메리츠증권이 국내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판매한 미국 가스전 펀드가 ‘전액손실’ 처리되면서 기관 간 소송전이 시작됐다./사진=메리츠증권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업계와 금융당국 간의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메리츠증권도 송사에 휘말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발단은 메리츠증권이 국내 기관투자자들을 상대로 판매한 미국 가스전 펀드가 전액손실 처리된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2018년말 1억6000만달러(한화가치 2080억원) 규모의 미국 텍사스주 소재 프론테라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관련 펀드를 조성했다. 운영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하는 메자닌 대출형 펀드였으며, 메리츠증권이 셀다운(sell-down, 재판매) 투자자를 모집하는 형식이었다.
이후 롯데손해보험이 2019년 2월 ‘하나대체투자 미국 발전소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2호’ 편드에 5000만 달러(650억원)를 투자했다. KDB생명 역시 3000만 달러(약 387억원)를 담았다.
문제는 해당 펀드가 전액손실 처리됐다는 점이다. 2020년 12월 해당 대출에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했고, 차주들은 모든 대출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했다. 가스발전소가 회생 절차를 밟으면서 2021년 8월 펀드는 대출채권 전액을 상각했다. 결국 모든 투자자들의 투자금은 2년 반 만에 사라졌다.
이에 롯데손해보험은 작년 11월 메리츠증권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까지 판결은 나오지 않았고 변론기일이 두 차례 진행됐다. 1년이 지난 지난달 30일엔 KDB생명도 메리츠증권과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을 상대로 ‘계약 취소로 인한 부당이득 반환청구 및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사태는 계속 악화일로에 있다. 업계 안팎에 따르면 현재 교원그룹도 소송을 검토 중이다. 심지어 한국거래소까지 소송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교원라이프와 교원인베스트는 각각 500만 달러(약 65억원)씩을 투자했고, 한국거래소의 규모는 1000만 달러(약 129억원) 수준이다.
사안의 쟁점은 결국 메리츠증권이 대체투자시 준수해야 할 위험관리 기준을 충분히 따랐는지 여부로 좁혀진다. 업계는 최근 라임‧옵티머스 사태 여파로 박정림 KB증권 사장과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이 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연장선에서 이번 사안을 바라보고 있다. KB국민은행이 주가연계증권(ELS) 판매 과정에서 고객들에게 불완전판매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과도 궤가 일치한다.
KDB생명 측은 ‘메리츠증권이 해당 중요 핵심 투자 정보에 대한 위험성 고지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확실한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에 이번 소송을 결정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반면 메리츠증권 측은 ‘실사과정에 (기관들도) 직접 참여했는데 변동성이나 구조를 모르고 투자했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며 반박하고 있다.
결국엔 다수 금융사들이 법정에서 송사를 통해 결론을 낼 가능성이 커졌다. 아울러 금융업계 전반에 대한 금융당국의 시선 또한 더욱 엄격해질 가능성이 있어 업계의 부담이 함께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