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한국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 연 3.5%로 동결하면서도 "충분히 장기간 긴축을 지속할 것"이란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메시지를 전달하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통화 긴축이 사실상 종료됐다는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한은이 현 금리 수준을 유지하다 내년 하반기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시장관측이 나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30일 서울 한국은행 본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한은은 지난달 30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창용 총재를 제외한 금융통화위원 전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동결을 의결했다. 지난 1월 연 3.25%에서 3.5%로 인상한 이후 7연속 동결이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 간담회를 통해 7연속 동결에도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2%)에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는 충분히 오래 긴축 기조를 가져가겠다"며 "(긴축이) 현실적으로 6개월보다 더 될 것"이라며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를 차단했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과 관련해선 "지금 상황에서 섣불리 (금리로) 경기를 부양하면 부동산가격만 올라갈 수 있고 중장기 문제가 더 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금통위원 6명 중 4명도 추가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한다. 물가 경로가 상향 조정되고 비용 상승 파급 효과의 지속성, 국제유가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이유에서다.
한은의 매파적 시그널에도 시장에선 연준의 통화정책이 완화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면서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은이 내년 상반기까지 현 금리 수준인 연 3.5%를 유지하다가, 연준의 정책전환을 확인한 후 0.25%포인트씩 금리를 낮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연준 내 매파 성향 인사로 분류되는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지난달 28일 연설에서 "현재 통화정책이 경제 과열을 식히고 물가상승률을 2% 목표로 되돌리기에 적절하다는 확신이 커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시장은 월러 이사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연준의 긴축이 사실상 종료됐다는 전망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 이코노믹스(BE)에 따르면 권효성 BE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3분기부터 기준금리를 낮출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한은이 내년 8월쯤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낮춘 뒤 분기마다 0.25% 포인트씩 낮추며 최종적으로는 금리가 2.5%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도 '2024년 경제·금융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은이 내년 상반기까지 기준금리를 현 3.5%로 유지하다, 물가수준이 2%대로 안정화되는 하반기 중 연준의 정책전환을 확인한 후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분석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