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최근 국내증시에서 정치테마주를 비롯해 우선주들이 특별한 원인 없이 이상급등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정치 테마야 총선이 가까워지는 시점이라 그럴 수 있다지만, 우선주에 이어 스팩주(SPAC)들 주가가 상장 직후부터 널뛰는 현상은 증시자금이 갈 곳을 잃었을 때 나오는 패턴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최근 국내증시에서 정치테마주를 비롯해 우선주나 스팩주들이 특별한 원인 없이 이상급등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시 곳곳에서 ‘이상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흔히 말하는 테마의 흐름이 주제를 바꿔가며 자금의 순환을 야기하는 패턴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평소와는 다른 움직임들이 관찰돼 그 원인에 시선이 쏠린다.
먼저 거론할 만한 이상 현상은 정치테마주들의 난립이다. 내년 4월 10일로 예정된 22대 국회의원선거(총선)가 약 6개월 앞으로 다가왔음을 감안하면 정치 테마가 뜨는 자체는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보통 대통령 선거에 비해 총선 테마의 화력이 약하다는 점을 상기할 때 이번 정치테마가 상당히 강력하게 일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그 중심에는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있다. 한 장관이 아직까지 정계진출 의사를 분명히 밝힌 것이 아님에도, 아니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한동훈 테마’는 더욱 강력한 화력을 뽐내고 있다. 한 장관과 학연‧지연 등이 엮였다는 이유로 급등세를 탄 종목들이 대부분이다. 대상홀딩스‧덕성‧디티앤씨알오 등의 종목이 눈에 띈다.
하나같이 실체가 있는 연관성은 아니지만, 테마주의 흐름이란 게 으레 그렇기 때문에 여기까지도 이상 현상이라 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다만 흥미로운 사실은 한동훈 테마주의 개수가 상당히 많고 그 힘도 매우 거세다는 데 있다. 아울러 ‘우선주’들의 상승세가 돋보인다는 점이 독특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상홀딩스 우선주와 덕성 우선주는 최근 급등으로 인해 이날(4일) 하루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됐음에도 이상급등 현상이 이어지자 결국 거래소가 직접 개입한 모습이다.
대상홀딩스우는 지난달 27일부터 5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고, 덕성우는 지난달 22일부터 28일까지 5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뒤 지난달 29일 한 차례 거래가 정지됐다. 그런데도 거래가 재개된 11월 30일에도 상한가를 쳤고, 지난 1일에도 주가가 18% 가까이 폭등했다. 이밖에 태양금속우도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바 있다.
같은 한동훈 테마 중에서도 우선주들의 급등세가 유독 심한 데에는 수급상의 원인이 존재한다. 우선주는 통상 시가총액이 작고, 유통주식 수도 적기 때문에 주가 급등락이 심한 편이다. 즉, 우선주들이 현재 엄청나게 폭등해 있는 상태지만 어느 날 별다른 이유 없이 주가가 급락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현시점 증시의 또 다른 이상 현상으로는 스팩주들의 급등 현상을 들 수 있다. 지난 1일 상장한 엔에이치스팩30호의 경우 공모가 2000원짜리 주식이 장중 한때 5450원까지 폭등했다가 결국 2475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누군가 최고가에서 잡았다면 반나절 만에 반토막 넘는 손실을 기록했을 수도 있다. 신규 상장된 스팩이므로 스팩의 본분인 기업합병과도 전혀 관계없는, 그야말로 수급에 의한 이상급등 현상이었다.
이날 상장된 삼성스팩9호 역시 마찬가지다. 공모가 2000원짜리 주식이 시가 4720원에서 거래를 시작해 장중 한때 5150원까지 폭등했다. 이후 장중 내내 주가가 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3000원 위에서 거래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스팩주의 난립은 증시 상승세의 ‘끝물’을 의미하기에 11월 한 달간 가파르게 상승한 국내증시 흐름에 대한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대형 증권사 한 관계자는 “11월 한 달간 코스피‧코스닥이 각각 11%‧13% 상승한 후 자금 흐름이 방향성을 상실한 모습”이라면서 “(우선주‧스팩주 등은) 대부분 펀더멘털과는 관련 없는 상승이기 때문에 뇌동매매를 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