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유태경 기자] 등록기준만 충족하면 설립 가능했던 동물원이 앞으로는 서식환경·전문인력 등과 관련한 허가 취득 시에만 설립할 수 있게 되고, 야생동물 전시도 금지된다. 하지만 규제 장치가 마련돼도 관리·감독이 부실하면 '말짱 도루묵'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환경부는 5일 국무회의에서 동물 복지와 야생동물 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됨에 따라, 오는 14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안은 동물원과 수족관을 기존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하고 동물 특성에 맞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게 골자다. 그간 동물원은 최소한의 전시·사육시설만 갖추면 쉽게 등록할 수 있었고, 각종 관리 규정은 선언적 수준으로 전시 동물 복지 확보에 한계가 있었다.
지난 7월 경남 부경동물원에서 충북 청주동물원으로 이관된, 이른바 '갈비 사자'로 불리던 '바람이'가 그 예다. 바람이는 첫 발견 당시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앙상하게 말라 있어 갈비 사자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사건이 공론화되자 시민들이 동물원 폐쇄까지 요구하는 등 민원이 빗발쳤고, 청주동물원이 입양을 자처해 이관된 바 있다.
이번 개정은 이러한 사례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먼저 개정된 '동물원수족관법'은 동물원과 수족관 설립 절차가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됨에 따라 허가를 받기 위한 구체적인 요건이 정해졌다.
구체적으로 동물원의 경우 휴식처나 바닥재 등 야생동물 특성에 맞게 서식환경을 조성하는 등 강화된 허가요건을 갖춰야 하며, 관련 업무 10년 이상 종사 등 자격을 지닌 동물원 검사관의 검증 과정을 거쳐야 동물원 운영 허가를 받을 수 있다.
동물원은 안전·질병 관리, 복지 증진 등 구체적인 동물 관리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휴·폐원 중에는 동물 관리가 소홀해지지 않도록 휴원신고 대상 미개방 일수를 6개월에서 3개월로 축소하고, 휴·폐원 시 동물관리계획서를 제출하고 확인을 거쳐야 하는 등 허가권자 감독 의무가 강화됐다.
기존 동물원으로 등록해 운영 중인 동물원에 대해서는 오는 2028년 12월 13일까지 유예기간 5년을 부여, 이 기간 동안 허가요건을 갖추도록 해 기존 사업자가 변경된 동물원 제도에 적응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관리·감독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이 같은 규제도 소용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이 환경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관할 지자체는 2019년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부경동물원을 총 101번 점검했는데, 점검 결과 지적사항이 있는 경우는 24건에 불과했으며 이마저도 '소독일지 미작성' 등 경미한 사항이었다.
지난해까지의 당국 점검 기록을 보면 '동물원 경영이 악화해 관리가 미흡하다'는 등 부경동물원 동물들이 제대로 관리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음을 당국도 2021년 10월쯤 파악했을 것으로 예상되나, 여론이 일 때까지 2년 가까이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은 점과 점검이 단순히 '상태만 확인하는 정도'로 이뤄졌다는 의혹도 일곤 했다.
환경부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이번에 개정된 법에 따라 5년마다 시설 운영현황과 동물복지 등에 대해 실태조사 및 정기 점검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관람객 제보 등을 통해 동물원에 대한 문제점 발견 시 인허가권자, 검사관 등과 함께 수시 점검도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공영동물원보다 영세한 민영동물원의 경우, 점검 시 컨설팅도 함께 제공할 계획이다.
다만, 지난달 동물 전시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나온 요청사항인 '정부 지원'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제자리걸음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 재정적 지원은 마련된 게 없지만, 휴·폐원 시 동물들을 보호할 수 있는 보호시설은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함께 개정된 '야생생물법'에 따라 동물원 또는 수족관으로 등록하지 않은 시설에서 야생동물 전시가 금지되고, 기존 전시 관련 영업을 영위하던 자에게는 2027년 12월 13일까지 4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진다. 유예를 받은 경우에도 야생동물에 대해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가하는 올라타기, 만지기 등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어긴 경우에는 최대 5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또한 동물원 등 전시시설로 야생동물을 운송할 때 적합한 먹이와 물을 공급하는 등 운송자가 준수해야 할 의무를 새롭게 도입했고,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과태료 최대 60만 원이 부과된다.
환경부는 이번 개정으로 동물 복지에 적합한 시설과 기반을 갖춘 곳으로 관람객 발길을 유도하고, 야생동물 운송 과정에서도 동물 안전을 고려하도록 하는 등 야생동물 보호·관리 제도 효과가 높아질 것으로 내다본다.
[미디어펜=유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