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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금융권 신용전망 희비…"브릿지론 등 부동산PF 변수"

2023-12-06 13:24 | 류준현 기자 | jhryu@mediapen.com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신용평가기관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 글로벌레이팅스(S&P Global ratings)가 내년도 국내 금융권의 신용등급과 관련해 업권별로 엇갈린 전망을 내놨다.

은행·생명보험·손해보험·신용카드 등 4개 업권은 '안정적'으로, 증권·캐피탈·저축은행·부동산신탁 등 나머지 4개 업권은 '부정적'으로 본다는 평가다. 특히 장기화되는 고금리 저성장 기조 속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리스크가 2금융권과 증권업계를 중심으로 강타해 부실이 표면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용평가기관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와 S&P 글로벌레이팅스(Global ratings)가 내년도 국내 금융권의 신용등급이 업권별로 엇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사진=류준현 기자



나신평과 S&P는 6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열린 공동세미나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이혁준 나신평 상무(금융평가본부장)는 이날 발표에서 은행·생명보험·손해보험·신용카드 등 4개 업종의 신용등급 방향성을 안정적으로, 증권·캐피탈·저축은행·부동산신탁 등 나머지 4개 업종을 부정적으로 각각 평가했다. 

안정적 평가를 받은 4개 업권에 대해 이 상무는 "비우호적 거시경제 환경에도 불구, 실적 변동성이 낮고 유사 시 대응 능력도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부정적으로 평가한 나머지 업권에 대해서는 "부동산 PF 관련 잠재 위험이 크고 수익성과 자산 건전성 저하가 진행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대현 S&P 글로벌 신용평가 상무도 비슷한 견해를 내놨다. 김 상무는 은행권이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는 반면, 증권사와 저축은행은 브릿지론을 비롯 부동산PF 리스크에 노출돼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김 상무는 "한국의 높은 민간 부채, 높아진 금리 수준 그리고 부동산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은행권의) 건전성 악화는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면서도 "한국 은행들의 적정한 언더라이팅이나 리스크 관리를 고려했을 때 신용등급을 훼손할 정도로 크게 건전성이 악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보다도 비은행 예금기관, 특히 건설이나 부동산 익스포저가 높은 저축은행이나 새마을금고를 중심으로 신용리스크가 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두 전문가는 증권사와 2금융권의 '부동산PF 리스크'를 주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상무는 "규모와 내용 면에서 유의미한 리스크 감축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브릿지론은 대부분 회수가 아닌 만기 연장만 되고 있다"며 "브릿지론 익스포저가 집중돼 있는 증권 캐피탈 저축은행은 내년에도 실적 저하 우려가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저축은행은 올해 대규모 증자로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비율을 크게 낮춘 점을 들어 긍정적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부동산PF는 지난해 하반기 경착륙 위기에 직면했지만 금융당국이 올해 4월 PF대주단 등 전방위적으로 정책 지원을 펼치면서 연착륙의 기반을 마련했다. 하지만 미분양 우려나 분양가 상승 기대로 인한 분양 연기로 절대 규모가 감소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부동산 가격과 신규 분양가도 추가 하방 압력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분양원가 측면에서 금융비용과 공사비용이 모두 급증해 현재로선 토지비용을 낮추지 않으면 사업성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다. 이 과정에서 브릿지론을 내어준 금융사는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상무는 "브릿지론의 만기 연장은 기준금리 조기 인하와 부동산 시장 회복을 전제로 한 것이었는데,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러한 기대는 무산됐다"며 "브리지론 관련 토지의 경매 및 공매 확대로 방향 전환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자산관리공사나 경매 및 공매를 통해 처분되는 토지의 매매 가격은 대출 금액 대비 30~50% 낮은 수준으로 거래가 되고 있다"며 "나이스신용평가는 고금리가 장기화될 경우 브릿지론 중 30~50%는 최종 손실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상무는 "PF 사업별 구성을 보더라도 은행들의 경우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주거용 PF 비중이 높다"면서도 "증권사나 저축은행들의 경우에는 상업용 부동산 PF 비중이 높고, PF 사업 초기에 위험도가 높다고 할 수 있는 브릿지론 대출 비중도 높다"고 지적했다. 주거용과 달리 상업용은 경기변동성에 매우 취약해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증권업계만 놓고 볼 때 대형사 및 은행을 끼고 있는 증권사들이 잠재 PF 리스크에 유연하게 대처할 것이라면서도,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형 증권사는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한편 카드업계는 고금리 여파를 반영해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김 상무는 "카드 산업은 높은 금리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을 다소 크게 받을 수 있는 업종 중 하나"라며 "가파르게 금리가 상승한 부분을 고려했을 때 조달에 대한 압박이 앞으로 계속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높은 가계부채 그리고 높아진 금리 수준을 고려했을 때 건전성 또한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조달 비용 상승과 비용 증가가 향후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예측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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