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최근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징역 5년을 구형한 가운데 학계에서 검찰의 이번 구형은 ‘회계 지식이 부족한 데 따른 반(反)헌법적 행태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11일 재계와 법원 등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부장판사 박정제) 심리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결심 공판에서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 원을 구형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6월 7일 네덜란드를 포함한 유럽 주요 시장 비지니스를 위해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앞서 이 회장은 삼성그룹 부회장을 맡았던 지난 2015년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력 강화를 목적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위법하게 관여한 혐의로 지난 2020년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는 그룹 총수 승계를 위해 자본시장의 근간을 훼손한 사건”이라며 “그 과정에서 각종 위법 행위가 동원된 말 그대로 ‘삼성식 반칙의 초격차’를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회장 측 변호인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이후 양사 모두에 이득이었던 만큼 부당 합병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공고히 했다.
변호인단은 “삼성물산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패션부터 식음·레저·바이오까지 다각화한 회사로 거듭나면서 외형 성장을 이뤘다”면서 검찰의 수사에 대해 “한쪽만 바라보는 시각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삼성식 반칙의 초격차?’…“말도 안 돼”
바른사회시민회의는 11일 오전 10시 서울시 글로벌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삼성의 기업합병과 경영승계: 검찰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5년 구형 정당한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해 이 회장에 대한 검찰의 구형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먼저 바른사회는 이 회장에게 씌여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과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의 핵심쟁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평가한 바이오젠에 대한 콜옵션 부채’라고 부연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검찰은 이 사안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2년부터 계상해야 할 콜옵션 부채를 감춤으로써 분식을 행했다’고 판단했지만, 이는 사건 발생의 앞뒤가 뒤바뀐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명예교수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2015년 7월에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은 그 이듬해인 2016년에 이뤄졌다”며 “선후 관계를 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과 삼성물산 합병 이슈 간에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금융당국 역시 자본시장법에 따라 책정되는 합병 비율 그 자체에는 직접적인 영향이 없음을 명확히 한 바 있다.
조 명예교수는 “2018년 11월 14일 증권선물위원회가 ‘고의 분식회계 결론’을 내림에 따라 삼바는 2012~2014년까지 바이오에피스 회계자료를 다시 작성해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바이오로직스는 소급해서 재무제표를 수정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검찰의 판단은) ‘2015년 합병 이전으로까지 문제를 확대시켜’ 합병의 부당성을 제기하는 길을 터준 것”이라며 “비유하면 이미 흘러간 물을 다시 끌어올려 물레방아를 돌게 하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11일 오전 10시 서울시 글로벌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삼성의 기업합병과 경영승계: 검찰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5년 구형 정당한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해 이 회장에 대한 검찰의 구형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왼쪽부터 이문호 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최창규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김병준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 김하영 바른사회시민회의 실장. /사진=바른사회시민회의 제공
◆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자본시장법에 따른 합법적 합병”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그룹 구조조정 차원에서 이루어진 조직 재편이었으며 자본시장법에 따른 합법적 합병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따른 합법을 위법하거나 불법하다고 판단하여 처벌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며 “경영권 승계라는 숨은 의도가 있다면서 이재용 회장을 처벌하겠다는 것은 과도한 추측으로서 합병이 경영권 승계가 목적이라고 근거(증거) 없이 단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검찰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을 1대 0.35로 정한 것을 문제 삼고 있지만, 이것이 삼성물산의 주가를 낮추기 위한 조작을 증명하는 증거도 없고 판결도 없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최 명예교수는 “당시 외국계 투기자본의 합병 저지 시도는 기업구조조정에 커다란 장애가 됐던 반면, 증권사 리포트 등은 합병이 삼성물산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는 등 자본시장의 우호적 분위기가 조성됐기 때문에 국민연금도 무죄”라고 말했다.
당시 해외 기관투자자들 역시 대부분 합병에 찬성했다는 게 최 명예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만약 합병이 불발됐다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양사의 주가는 동반하락을 면하지 못하고 오늘의 삼성물산은 존재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2016년 11월 시작된 이재용 회장에 대한 수사와 재판, 그리고 구속은 이미 7년간 형사재판에 발목이 묶여 있는 상태”라며 “국정농단 사건과 이번 형사재판이 동시에 진행됐다면 이미 특별사면으로 모든 사법적 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인데, 피해 법익의 일부가 겹치는 여러 범죄에 대한 검찰의 거듭된 소추는 매우 부당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 “이재용 회장 유죄? 국가 헌정질서 파괴하는 반헌법적 결정”
전삼현 숭실대 법과대 법학과 교수는 “‘삼성 합병’을 통한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기소는 처음 기소 당시 죄목과 최종 수사 후 구형한 죄목과의 인과관계에 문제점이 있다”고 꼬집었다.
시세조종, 외부감사법 위반, 형법상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하고 구형은 경영권 불법 승계를 이유로 했다는 점에서 인과관계 성립의 타당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전 교수는 “이번 바이오 사건은 미국 GAAP 회계기준방식에서 유럽식 국제회계기준인 IFRS방식으로의 변경에 대한 우리 자본시장 적용 과정에서 명확한 회계기준과 법적용 부재에서 따른 혼란이 초래한 사태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병준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 역시 “회계기준 변경은 기업합병과는 완전히 무관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기업가치 실상을 일반인들에게 알려주는 정당한 평가”라며 “분식회계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재판부가 만의 하나라도 검찰 측의 잘못된 주장을 반영하여 유죄를 평결할 경우, 이것은 국가 헌정질서를 스스로 파괴하는 반헌법적 결정”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