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에 맞물려 최근 시장금리가 하락하면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혼합형 주담대는 지난달보다 금리 상단이 0.7%포인트 가량 떨어졌다. 대출금리가 떨어지면서 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줄었지만, 가계부채 수요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 달 20일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지주회장단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금융위원회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의 주담대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지난 8일 기준 연 3.76~5.67%로 집계됐다. 지난달 1일(연 4.39~6.39%)과 비교해 금리 상단은 0.72%포인트, 하단은 0.63%포인트 내렸다.
주담대 혼합형 금리가 떨어진 것은 준거금리인 은행채 5년물 금리가 최근 하락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채 5년물(무보증·AAA급)의 지난 7일 평균 금리는 4.072%로 약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8일과 비교해 0.428%포인트 하락했다.
연준이 내년 상반기부터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감에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국내 금융채 금리가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10년물 금리는 4.163%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10월 4.9%과 비교해 큰 폭으로 떨어졌다.
대출금리 하락으로 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덜었지만, 대출수요를 자극해 가계부채 증가세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90조3856억원으로 전월(686조119억원)보다 4조3737억원 증가했다. 이들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5월 이후 7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증가 폭도 9월 1조5174억원, 10월 3조6825억원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달 가계대출 잔액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신용대출과 전세대출의 감소에도 주담대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신용대출과 전세대출 잔액은 각각 107조7191억원, 121조3767억원으로 전월 대비 각각 2233억원, 3276억원 줄었다. 반면 주담대 잔액은 526조2223억원으로 한 달 동안 4조9959억원 증가했다.
가계대출 증가 우려에 금융당국은 금융권에 가계대출 확대를 억제할 것을 거듭 요청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금융지주회장단 간담회에서 "가계부채가 아직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크게 저해할 상황은 아니지만, 성장잠재력이 저하되고 부채상환을 위한 가계의 소득창출 능력도 빠르게 회복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차주 상환능력에 대한 노력뿐만 아니라 거시건전성 측면에서 가계부채 적정규모에 대해 고민도 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