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친윤(친윤석열) 핵심' 장제원(3선·부산 사상)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나를 밟고 총선 승리를 통해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켜주길 부탁드린다"라며 내년 4.10 총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장 의원이 공천 쇄신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만큼 이제 관심은 김기현 당대표와 또 다른 친윤·중진 의원들의 거취 여부에 쏠린다.
장제원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 역사의 뒤편에서 국민의힘의 총선 승리를 응원하겠다"라고 밝혔다.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전날(11일) 당 지도부와 친윤·중진들의 희생을 촉구하며 활동을 종료한지 하루 만이다.
특히 장 의원은 "한 번의 백의종군의 길을 간다. 이번엔 제가 가진 마지막 공직인 국회의원직"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성공보다 절박한 것이 어디에 있겠냐. 총선 승리가 윤석열 정부 성공의 최소한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제가 가진 마지막을 내어놓는다. 이제 떠난다. 버려짐이 아니라 뿌려짐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22대 총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2023.12.12./사진=연합뉴스
장 의원은 지역구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도 전했다. 그는 "가슴이 많이 아프다. 국회의원에 대한 미련도 정치에 대한 아쉬움 때문도 아니다. 오직 저를 믿고 한결같이 응원해 준 부산 사상구민께 죄송한 마음 때문"이라며 "존경하는 사상구민 여러분께 감사했다. 평생 살면서 하늘 같은 은혜를 갚겠다"라고 했다.
장 의원은 기자회견 이후 기자들과 만나 '불출마를 언제 결정했느냐'는 물음에 "제가 당선인 비서실장이 되는 순간부터 각오해야 되는 것 아닌가. 운명적인 것이라고 본다"라고 답했다.
내년 총선에 대한 위기감을 느꼈느냐는 질문엔 "윤 정부 성공이 가장 절박한 문제다. 총선 승리가 가장 기본적 조건이다. 그러니 제가 갖고 있는 하나 남은 것도 내어놔야 하지 않겠나. 그런 마음"이라고 말했다.
중진, 친윤 의원들이 내려놓는 게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저는 제 거취를 결정했다"라며 "그 얘기는 제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말을 아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지역주민에게 양해를 구하고 사죄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 조금 쉬고 싶다"라고 말했다. 장 의원은 윤 대통령과 상의했느냐, 지도부와 상의했느냐는 질문에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은채 자리를 떠났다.
장 의원이 총선 전 인적쇄신·혁신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만큼 이제 관심사는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김기현 대표와 중진·친윤들의 거취 여부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로 출근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지난 11일 "저를 비롯한 우리 당 구성원 모두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사즉생의 각오로 하겠다.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친윤 핵심 중 핵심인 장 의원 불출마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당 내 혁신파 의원들은 장 의원의 결단에 일제히 찬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 전날 김 대표의 사퇴 요구에 '지도부를 흔들지 말라'며 불을 뿜었던 친윤계 의원들은 아직까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태경 의원은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 의원의 결단, 혁신의 불씨를 되살렸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친윤 핵심과 당 지도부의 희생 없이 총선 승리는 어렵다”며 "그것이 인요한 혁신위의 결론이다. 다 죽어가던 혁신의 불씨를 장 의원이 되살렸다"라고 했다.
최재형 의원은 "용단에 경의를 표한다. 이런 희생과 결단이 당을 살리고 나라를 살린다. 이제 시작이다"이라고 밝혔다. 최 의원은 "당이 당명한 문제들에 대해 어느 누구도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라며 "당대표 거취 문제는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관점이 아니라 국민들의 당 쇄신 요구에 어떻게 답할 것인지의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라고 거듭 김 대표의 거취를 압박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장 의원의 불출마 선언과 관련해 "당과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그렇게 결단을 내렸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장제원 의원과 같은 결단이 더 확산돼야 할 것 같냐는 질문에는 "응답하지 않겠다"라고 말을 아꼈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장 의원이 동력을 이어갈 수 있게 희생을 했으니 그 가치는 갈 수록 커질 거고 압박을 받는 분들이 있지 않겠나"라며 "정도와 규모의 문제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되지는 않을 거고, 결국 (지도부, 중진, 친윤 의원들도)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